환율 숨고르기 태세… 中 당국, 위안화 초강세에 제동걸기도
내년 바이든 對中정책 관건… "강경 기조 시 1100원 웃돌수도"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연말쯤 환율이 1차 지지선인 1080원선을 뚫고 내려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에는 달러 약세, 원화 강세의 흐름이 크게 변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미국 부양책, 백신 접종 그리고 당국 개입경계감 등에 따라 소폭 오르내리는데 그쳤다.
단기적으로는 이번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적인 완화방안이 나올지 여부에 눈길이 쏠린다. 내년에는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과 동시에 미·중 갈등이 다시 고조될지가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세부 정책에서는 트럼프 정부와 차이가 있겠지만 현재는 바이든 정부도 강경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경우엔 원·달러 환율이 다시 1100원을 웃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2.6원 오른 1090.3원에 마감했다. 미 부양책, 백신 접종 등 호재에 열광하던 시장이 잠시 속도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미 부양책 합의에 난항이 예상되는 데다 확진자 수 증가 흐름이 지속되자 이를 뒤늦게 인식한 시장이 관망세를 보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달러 대비 가파르게 강세를 보였던 위안화도 당국 차원에서 속도 조절이 있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9일 중국의 몇몇 국책은행이 장 마감 직후에 달러 매수개입을 통해 위안화 강세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이 관측됐다. 다음날 인민은행의 위안화 고시 환율을 절하하기 위한 당국의 시도로 해석된다. 다음 날인 10일 달러·위안 고시환율은 6.5476위안으로 전거래일대비 0.25% 상승(위안화 절하)했다.
우리나라 역시 가파른 원·달러 환율 하락에 당국 관계자들의 경고성 발언이 나온 바 있다. 지난달 1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6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이 "시장 안정을 위해 대응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구두개입 외 소액의 실개입도 진행되면서 환율은 1080원선을 뚫고 내려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올 연말까지 달러 약세, 원화 강세의 큰 틀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미 부양책 관련한 경계감도 오는 15~16일(현지시간) 열린 FOMC를 기점으로 다소 사그라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11월 FOMC 의사록에 언급됐던 자산 매입규모 확대, 장기채 비중 확대, 매입기간 연장 등의 추가 완화 방안이 이번 회의에서 진전을 이룬다면 위험자산 선호가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12월은 전통적으로 거래량이 줄어드는 시기로, 금융시장의 상황에 따라 크게 움직인다"며 "이달 FOMC에서 추가 완화 방안이 나온다면 달러 약세 환경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내년 외환시장의 흐름을 두고서는 달러 약세 흐름이 다소 꺾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하는 1월 20일 이후 대중 정책과 관련해 입장이 공개되면 2년 전과 같은 미·중 갈등 흐름이 재연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트럼프 정부가 무역 제재에 집중했다면 바이든 정부는 남중국해, 대만 등과 관련해 중국과의 대결구도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세부 정책에서 차이만 있을 뿐 대중 정책 기조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경우 원·달러 환율은 단숨에 1100원선을 웃돌 수도 있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연구원은 "최근 미국 민주당 지도부 층에서도 중국에 대한 대응을 허술히 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바이든 당선인이 정책을 표명하면서 대중 강경기조를 드러낸다면 이는 다시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