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선(先)구매 계약을 체결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연내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불투명해졌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백신 개발 과정에서 아스트라제네카가 저지른 일련의 실수 때문에 미국 내 경쟁에서 뒤처지게 됐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해 8일(현지 시각)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미국 내 3단계 임상시험 결과를 얻는 내년 1월까지 FDA 승인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9월 6일 백신 임상 참여자에게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부작용이 발생해 전 세계에서 시험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틀 뒤인 8일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FDA와 공식 컨퍼런스콜에서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FDA 고위 관계자들은 회의가 끝나고 몇 시간이 지나서야 이 사실을 파악했고, 임상 중단을 공개하지 않은 것에 크게 실망했다는 것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 7월 12일 영국에서 부작용으로 시험이 중단됐을 때도 FDA가 뒤늦게 사태를 인지했다고 NYT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는 모든 정보를 FDA에 즉시 제공했다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개발 초기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후보로 평가 받았다. NYT는 "연방정부 관계자들과 보건 전문가들은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고 장기간 보관하기 용이한 점 때문에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대유행을 종식할 유력한 후보로 봤다"고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들도 빠르면 10월 미국에서 백신을 출시할 것이라고 거듭 밝힌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가 10월 백신을 출시하게 되면 미국 전체 백신 공급량의 60%에 해당하는 약 3억 회의 접종분을 받을 참이었다. 이 같은 계획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에 백신 개발과 생산 자금으로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 이상을 지원하기로 했었다.

미국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불신이 커진 또 다른 이유는 효능 때문이다. 아스트라제네카 연구원들은 백신을 전량으로 2회 접종했을 때 효능은 62%였지만, 1회 때 절반, 2회에 전량을 접종했을 때는 90% 넘는 효능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의 백신 개발 지원 프로젝트인 ‘워프스피드 작전’ 책임자 몬셰프 슬라위 박사는 "효능이 컸던 절반 분량의 접종자 가운데 55세 이상이 없었다"며 "코로나에 더 취약한 연령대에 백신이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가 된다"고 했다.

NYT는 "모더나와 화이자의 백신 개발도 지연되고 있으며, 여러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가장 빠른 편에 속한다"면서도 "그러나 과학자들과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아스트라제네카가 연구 설계와 안전 문제에 대해 충분히 투명하지 않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이달 초 기준으로 아스트라제네카는 FDA 기준인 3만명의 참가자를 아직 등록하지 못했다. 심지어 1차 투약을 받은 일부 참가자들이 약 한 달 후에 맞아야 하는 두 번째 주사를 3개월이 지나서야 맞은 경우도 있었다고 NYT는 보도했다.

앞서 정부는 전날 "이르면 내년 2월부터 코로나 해외 백신 4400만명분을 확보해 국내에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 백신 개발·공급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백신 1000만명분을 확보하고,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모더나에서 각각 1000만명분, 얀센에서 400만명분 등 총 4400만명분을 선구매할 계획이라는 것.

아스트라제네카와는 선구매 계약을 완료했고 미국 화이자·모더나·얀센(존슨앤드존슨 계열사) 등 3개 업체와도 사실상 계약 서명만을 남겨놓은 상태라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