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 광역시에 이어 강릉·속초 등 영동지방 아파트 시장에까지 부동산 열풍이 불고 있다. 오랜 기간 부동산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던 이들 지역에 급기야 10억원이 넘는 아파트까지 등장했다.

속초의 한 바닷가.

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1월 강릉 지역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0.62%로 춘천과 함께 강원지역 1위를 기록했다. 9월까지만 해도 춘천과 원주의 양강체제였는데, 10월 0.44%로 원주(0.41%)를 추월하더니 11월에는 원주(0.31%)의 정확히 두 배가 됐다. 불과 석 달 전인 8월에 0.08% 오른 것을 감안하면 상승률이 8배 가까이 솟구친 수치다.

속초 역시 7월까지만 하더라도 상승은커녕 0.15% 하락하는 곳이었지만, 11월 들어서는 0.33% 오르며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상승률만 따지면 강원도 최대도시인 원주마저 제쳤다.

이 같은 영동지방의 부동산 열풍에 10억원이 넘는 아파트 거래까지 등장했다. 오는 2023년 입주 예정인 속초시 동명동 '속초롯데캐슬인더스카이' 펜트하우스 전용면적 128㎡(29층) 분양권은 지난 9월초 13억4517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속초는 물론 강원 지역 역대 최고가다.

강릉교동롯데캐슬1단지 전용 164㎡도 지난달 21일 4억4500만원에서 단숨에 5500만원 오른 5억원에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유천동 유승한내들 더퍼스트 전용 109.791㎡ 분양권도 지난 3일 기존 최고가 4억7000만원 선에서 5억8000만원 선으로 1억원 넘게 올랐다.

속초에서도 속초디오션자이 전용 84.98㎡ 분양권이 지난달 30일 5억8000만원 선에서 6억3500만원선까지 올라 거래됐다. 속초교동시티프라디움 84.32㎡는 지난 2일 3억1500만원에서 3억4700만원으로 3200만원 가량 올라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강릉·속초의 부상(浮上)은 수도권 접근성 개선과 인프라 확충에 따른 결과물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강릉의 경우 KTX 경강선, 속초의 경우 춘천~속초 간 동서고속철도 연장 등이 들어섰거나 예정돼 수도권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면서 "또 관광 인프라에 이어 주거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산과 바다를 함께 누리고 싶은 서울의 은퇴 고령층이 제2의 인생을 일구는 세컨드 하우스(second house)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비규제지역이란 점도 취득세·종부세 등의 세(稅) 부담을 덜고 별장 개념으로 소유하는 유인이 되고 있다. 박 위원은 "향후에 다가올 동해안 시대와 통일 시대에도 대표적인 수혜지역으로 떠오를 것"이라면서 "특히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 큰 호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특히 오색~대청봉 설악산 케이블카가 다시 추진된다면, 인근 양양도 해양 레저 중심지로 발전해 강릉·속초와 함께 ‘동해안 3총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투자 시 주의가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강릉·속초는 신축 단지나 바다 조망권 단지 등 특수한 조건을 만족하는 일부 단지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면서 "비규제지역인 데다가 그동안 아파트 가격이 워낙 쌌던 만큼, 세컨드 하우스 수요는 있겠지만 자산가치 상승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량 부담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지난 1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강릉과 속초를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HUG는 당월 지역 내 미분양 아파트가 500가구 이상일 때 미분양관리지역을 지정하는데, 강릉의 경우 10월 미분양아파트가 모두 580가구였고 속초는 495가구였다.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비수도권 지방은 결국 물량 변수가 가장 크다"면서 "그동안 누적된 미분양 물량 부담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