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 석유회사, 독일계 PPG 사들여
포퓰리즘·사법부 장악 꾸준히 비판
"언론 장악 위해 국민 세금 쏟아부어"

폴란드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국영 석유회사가 7일(현지 시각) 폴란드 내 140여개 신문사 및 주간지를 거느린 폴란드프레스그룹(PPG)을 인수했다.

폴란드 국영 석유회사인 PKN올렌(Orlen)이 독일계 자본이 소유한 폴란드 언론사 폴란드프레스그룹(PPG)을 인수했다. PKN올렌의 최대 주주는 폴란드 정부라는 점에서 극우 포퓰리즘 정부의 언론 장악에 속도가 붙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8일(현지 시각)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는 전날 폴란드의 집권당인 법과정의당(PiS)이 국영 석유회사를 앞세워 미디어 회사를 인수했다고 보도했다.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PPG는 폴란드 내 20여개 지방 신문사와 120개 주간지, 500여개 온라인 페이지를 운영하는 독일인 소유의 언론사다.

보도에 따르면 PPG의 독자는 1750만명 규모로, 폴란드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 언론은 그간 법과정의당의 인종주의적 행보와 정부의 포퓰리즘, 사법부 장악 시도를 꾸준히 비판해왔다. 그러나 외국계 자본이 소유한 회사라는 점에서 언론사를 장악하려는 정권의 통제를 피할 수 있었다.

이에 폴란드 정부가 국영기업을 내세워 '성가신' 언론사를 통째로 사들였다고 DW는 전했다. 앞서 피오트르 글린스키 문화부 장관은 "외국인으로부터 폴란드의 언론을 되찾아야 한다"며 외국계 미디어그룹 인수를 위한 여론전을 벌여왔었다.

야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보리스 부드카 시민연단 대표는 "정부가 석유기업을 앞세워 아무런 연관이 없는 언론사를 사들였다"며 "집권당이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폴란드 국민이 낸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폴란드 정부는 사법부 및 언론 장악 시도를 중단하라는 유럽연합(EU)와 갈등을 빚고 있다. EU가 코로나 사태 대응을 위한 7500억유로(약 986조원) 규모의 경제회복기금을 집행하면서 '민주주의 가치 준수'라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폴란드와 헝가리의 독재 정권을 정면 겨냥한 조치다. 반면 이들 국가는 '내정간섭'이라며 경제회복기금은 물론 EU의 7년 예산안에도 동의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