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대규모 백신 접종을 개시한 가운데 글로벌 제약업계의 어두운 이면을 비추는 보도가 나왔다.
서구 대형 제약업체들이 '코로나19 조기 극복'이라는 명분으로 중국 제약산업에 만연한 부정부패 관행을 눈감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는 7일(현지시간) '중국 코로나19 백신 업체에 대한 추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아스트라제네카가 옥스퍼드대와 공동 개발한 'AZD1222' 백신을 중국에서 생산하고자 광둥성 선전의 캉타이바이오와 손을 잡았다"면서 이와 관련된 중국 제약업계의 부정부패를 모른 척하는 것 같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지금까지 25억개 넘게 선구매됐다. 전 세계 코로나 백신 가운데 가장 많이 팔렸다.
NYT가 인용한 2013년 중국 법원 기록을 보면, 두웨이민 캉타이 회장은 자신의 차 안에서 정부 규제 담당자에게 "자사 백신 후보가 하루빨리 임상시험에 들어가게 해 달라"고 부탁하며 4만 4000달러를 건낸적이 있다.
당시 돈을 받은 공무원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응수한 뒤 곧바로 이 회사 백신에 임상 승인을 내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캉타이는 백신을 출시해 거액을 벌어들였다.
해당 관리는 뇌물 수수 혐의로 수감됐지만 두 회장은 기소되지 않았다. 현재 그는 중국에서 '백신의 왕'으로 불리며 칭송받고 있다. 캉타이는 본토 최대 백신 제조업체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부정부패에 엄격하다고 자부하는 영국이지만, 아스트라제네카는 캉타이에 백신 독점 제조 권한을 부여했다. 두 회사는 다른 나라에서도 백신을 판매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NYT는 "중국에서 두 회장의 사례는 특별한 것이 아니며, 성공을 위한 기본 절차라고 볼 수 있다"면서 "중국 정부는 세계적인 백신 회사를 키우려는 욕심 때문에 업계에 만연한 부패 고리를 내버려 둔다"고 비판했다.
NYT가 중국 법원 기록을 검토한 결과 최근 수년간 중국 관리 수백명이 백신 회사에서 뇌물을 받아 기소됐지만, 정작 뇌물을 준 회사와 경영진은 거의 처벌받지 않았다.
문제는 이런 부패 고리가 백신의 안전성까지 위협한다는 것. 실제로 캉타이가 서둘러 내놓은 B형간염 백신 주사로 2013년 한 해에만 17명의 영아가 숨졌다. 중국 당국은 "캉타이 백신은 안전하다"면서 사망자 조사 결과 등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