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출시돼 보험가입자들에게 한때 인기를 끌었던 생명보험사의 '보험 대출카드'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보업계 '빅3'중 하나인 교보생명은 내년 4월 1일자로 보험카드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기존에 카드를 발급 받았던 사람도 내년 4월 이후에는 카드를 쓸 수 없다.

앞서 한화생명도 지난 2월 보험카드 발급을 중단하고, 관련 업무를 애플리케이션(앱)과 콜센터로 옮겼다. 한화생명은 보험카드 발급을 중단했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카드는 원래대로 사용할 수 있다.

보험카드는 보험 계약자가 별도의 지점방문이나 서류작성 없이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을 현금인출기(CD)나 은행 자동화기기(ATM) 등에서 받을 수 있는 카드다. 1991년 신한생명이 보험업계에서 처음으로 도입하고 삼성생명(032830)한화생명(088350), 교보생명이 이어서 카드 서비스를 도입했다.

IC카드로 바뀐 삼성생명 금융 IC카드. 이 보험카드로 은행 등의 자동화기기에서 보험계약대출 금액을 인출할 수 있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콜센터나 모바일 기기가 갖춰져있지 않아, 약관대출로 받은 현금을 CD기나 ATM기에서 바로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보험카드는 꽤나 혁신적이라는 평을 들었다. 보험사 입장에선 대출을 통한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2000년 기준 신한생명 보험가입자는 카드로 해약환급금의 90% 내에서 약관대출금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율은 연 9.5~11%대였다.

교보생명이 보험카드를 없애는 이유는 카드 사용이 줄어 활용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콜센터와 온라인 고객센터, 모바일 기기 등 비대면 창구가 활성화되면서 카드를 쓰지 않고도 대출금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생겼다.

교보생명의 보험카드 월평균 발급건수는 올해 초 기준 100여건으로 작년과 비교해 20% 가까이 줄었다는 것이 교보생명 측 설명이다. 교보생명의 올 상반기 신계약 건수는 약 57만건이다. 교보생명은 카드 없이도 모바일이나 ARS(자동응답시스템) 인증을 통해 편의점이나 지하철 ATM에서 보험계약대출로 현금을 출금할 수 있는 '보험계약대출 스마트출금' 서비스를 지난 9월 도입했다.

신한생명과 삼성생명은 원래 쓰던 카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사용률이 저조하기는 마찬가지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일단 보험카드가 활용되고 있긴 하지만 사실상 사용이 줄어들고 있는 건 맞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발급은 하고 있지만 비대면 창구 활성화로 사용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하지만 사용하는 사람들이 아예 없진 않다보니 카드를 없애진 않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