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지난해 11월 수입차 업체로 등록 후 1만5000대 팔아

국내 완성차 업체 한국GM이 쉐보레 브랜드로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가입한 이후 수입차 1만5000대를 판매하며 단숨에 6위 업체에 올랐다. 한국GM은 앞으로도 수입 차종을 확대한다는 방침인데, 노사 갈등을 이유로 국내 공장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있어 한국 시장 내 GM의 체리피킹(cherry picking·혜택만 골라 취하는 것)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KAIDA에 가입한 쉐보레는 같은 해 11월부터 수입차 판매 통계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1월까지 쉐보레가 국내 시장에 판매한 수입 자동차는 1만4686대로, 벤츠·BMW·아우디·폴크스바겐·볼보에 이어 6위를 기록했다. 올해 11월 기준 시장 점유율(누적)은 4.69%다.

쉐보레가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하는 픽업트럭 콜로라도. 올해 4662대가 팔려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 7위에 올랐다.

한국GM은 국내에서 쉐보레 브랜드 차 9종을 판매하고 있는데, 부평, 창원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종은 경차 스파크, 세단 말리부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 트레일블레이저 등 4종이다. 나머지 순수전기차 볼트, 머슬카 카마로, SUV 이쿼녹스(중형)와 트래버스(대형), 콜로라도(픽업트럭) 등 5개 차는 미국 GM 본사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미 수입 차종이 국내 생산 차종을 뛰어넘었는데, 쉐보레는 내년 초대형 SUV 타호도 수입해 국내에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콜로라도와 트래버스는 올해(1~11월) 각각 4662대(7위), 3860대(9위)가 팔려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10위 안에 들었다. 수입차 브랜드로 변신한 쉐보레의 전략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쉐보레가 가장 먼저 수입한 SUV 이쿼녹스의 경우 기대보다 판매 성적이 저조했지만, 콜로라도와 트래버스는 동급 경쟁 차종 대비 높은 성능이 부각된 데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덕분에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쉐보레의 인기 차종 트레일 블레이저를 생산하는 한국GM 부평공장.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지난 2월 부품 수급 문제로 가동이 잠시 멈췄던 모습.

특히 한국GM은 국내 시장에서 픽업트럭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을 큰 수확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차체가 전장 5415㎜, 전폭 1885㎜에 달하는 콜로라도는 넉넉한 실내 공간과 1170L의 적재 능력을 갖춘 데다 최고출력 312마력, 최대토크 38㎏·m의 힘을 내는 3.6L V6 엔진은 최대 3.2t의 트레일러·카라반을 견인할 수 있어 캠핑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수입 픽업트럭이지만 판매가가 3830만~4650만원으로 저렴하고, 승용차가 아닌 화물차로 분류돼 연간 자동차세가 2만8500원에 불과하다는 점도 흥행에 큰 역할을 했다.

쉐보레는 수입차 브랜드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서비스센터 부족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전국 430여곳에 쉐보레 서비스센터가 있어 쉐보레 수입차를 타는 소비자도 국산차 만큼 편리하게 서비스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쉐보레 브랜드에 수입차 프리미엄을 얹으면서 이미 구축된 국내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소비자의 편리성도 확보한 셈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내년 출시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 초대형 SUV 타호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래픽=김란희

하지만 한국GM이 수입차 업체로서 정체성을 강화하면서 지속돼 온 한국 철수 논란은 가열될 전망이다. 한국GM은 지난 2018년 군산공장을 폐쇄하면서 임직원 1만3000명 중 3000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한국GM의 국내 생산량도 갈수록 줄어 5년 새 반 토막이 난 상태다. 지난 2016년 58만대 수준이었던 한국GM의 내수 생산량은 군산공장이 폐쇄된 2018년 44만대 수준으로 하락했고, 올해는 30만대를 조금 넘길 전망이다.

매년 노사 갈등이 반복되는 가운데 GM 본사에서는 한국 시장 내 사업 철수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스티븐 키퍼 GM해외 사업부문 사장은 지난달 "한국GM 노조가 생산 물량을 볼모로 삼으면서 심각한 재정 타격을 주고 있다"며 "몇 주 안에 노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장기적인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GM은 부평공장에서 생산되는 트레일 블레이저에 대한 국내외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으로 생산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쉐보레의 초대형 SUV 타호. 내년 국내 출시 가능성이 언급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난 2018년 산업은행으로부터 8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고 국내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던 GM이 노사 갈등을 핑계로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비중을 높이려는 한국GM의 전략은 단순히 수익 개선을 위한 것으로만 보이지 않는다"며 "국내 완성차 업체로서 위상을 강화하려면 수입 확대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방향으로 노사 관계를 풀어 국내 소비자들에 인기 있는 SUV 차종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