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플러스 성공적으로 안착했지만 기존 매출구조 '흔들'
40년만에 연간 기준 적자 기록… 스트리밍 서비스에 '올인'
"각국 스트리밍 서비스 경쟁 격화로 투자 대비 수익 낮아질 것"

'디즈니 플러스'를 성공적으로 내놓으며 최근 대세가 된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월트디즈니가 오히려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월트디즈니의 스트리밍 시장 진출이 중장기적으로 '독이 든 성배'가 될 수도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월트디즈니가 야심차게 내놓은 디즈니 플러스가 당초 예상보다 구독자수가 빠르게 늘면서 스트리밍 서비스 수익이 늘고 있지만, 독점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해 오랜 기간 주된 수익원으로 자리잡아온 저작권료 수입을 포기해야하고,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여파로 테마파크 매출도 급감하며 디즈니 플러스 사업 하나에만 '올인'해야하는 상황에 몰렸다는 지적이다.

디즈니 플러스 제공

7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특집기사를 통해 디즈니사가 디즈니 플러스 출시로 스티리밍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맞게 된 딜레마를 집중 조명했다. '100년 왕국'으로 불리는 디즈니의 가장 큰 매출처는 콘텐츠 저작권료와 디즈니랜드 등 테마파크였지만, 중장기적으로 스트리밍 서비스에 '올인'해야하는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는 것이 FT의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디즈니 플러스는 예상을 깨고 하루 만에 유료 구독자 1000만여명을 유치하며 화려하게 스트리밍 시장에 등장했다. FT는 "디즈니 플러스가 성공적으로 런칭된 이후 많은 가입자를 모았지만, 마블이나 픽사 등의 블록버스터 콘텐츠를 자사 플랫폼에만 독점 공급하게 되면서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 TV 채널, 영화배급사 등으로부터 거둬들이는 수익이 줄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월트디즈니 매출의 양대축 중 하나였던 테마파크의 수입은 수직낙하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주요 테마파크가 줄줄이 문을 닫았고 내년까지 재개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디즈니는 내년 3월까지 3만2000명의 직원을 해고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9월 발표한 2만8000명보다 4000명 늘어난 규모로, 대부분 테마파크에 근무하는 시간제 근로자가 될 전망이다.

이가운데 월트디즈니는 올해 사업년도에 40년만에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디즈니는 10월 3일로 끝난 2020년 4분기에 7억1000만달러의 순손실을 내 3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간 실적은 28억3000만달러 적자다. 이는 경영진과 주요 투자자들에게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는 시그널을 보내기에 충분했다.

반대로 디즈니 플러스는 승승장구했다. 1년 전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 플러스의 유료 가입자는 3분기말 기준으로 737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회사가 세운 목표치를 크게 상회하는 결과다. 또 디즈니가 운영하는 또다른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3660만명), ESPN플러스(1030만명)까지 합치면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의 전체 유료 가입자는 약 1억2000만명에 달한다.

AP 연합뉴스

코로나19 상황에서 전체적인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이 호조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FT는 이같은 디즈니의 전략이 꼭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FT는 "곤경에 빠진 디즈니는 ESPN, 훌루 등 일관성 없고 고르지 못한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이 됐다"며 "세계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정통 콘텐츠 기업이더라도 스트리밍 서비스로서의 전환은 험난하고 재정적으로 불확실성이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디즈니는 이달 초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지출을 줄이고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내년 1월 배당금을 스트리밍 부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몇 년간 반기 기준으로 안정적인 배당금을 지급한 디즈니로서는 파격적인 행보라는 평가다. 디즈니는 향후 배당을 계속 포기하거나 직원 연금 및 퇴직 후 의료 계획에 대한 기여금도 삭감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디즈니의 서비스 개편에 따라 디즈니 플러스의 후속 투자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문제는 현재 디즈니 플러스가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스트리밍 시장에서 경쟁이 점점 심화되면서 투자 대비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디즈니에 이어 올해 워너미디어는 HBO 맥스를 출시했고, 애플, 구글 등 거대 IT 기업도 스트리밍 분야에 발을 뻗고 있으며 각국 이동통신사들과 토종 OTT(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들도 자국 산업에 특화한 스트리밍 서비스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OTT업계 관계자는 "월드디즈니의 딜레마는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그동안 쌓아온 수익구조, 재정적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고 이는 현실적인 선택이지만, 동시에 도전적이고 위험한 시도"라며 "당장은 디즈니 플러스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무한 경쟁에 뛰어들게 되는 독배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