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인테리어 등 내구재 외 의류·식료품 소비도 증가
집값 올라 저축기간 늘어난 가계, 소비증가 시점도 연장
가계가 내 집을 마련하게 될 경우 전반적으로 소비가 늘어나게 된다는 한국은행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가구, 인테리어 등 주택구매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내구재 소비 뿐만 아니라 의류, 식료품과 같은 비내구재 소비 또한 5.2%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 집 마련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저축을 늘렸던 만큼 억눌렸던 소비를 해소한다는 것이다. 최근 주택 가격이 치솟아 매매에 참여하지 못한 무주택자의 경우 소비를 지연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은이 8일 발간한 BOK경제연구 '주택 구매가 가계의 최적 소비 경로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주택 구매 이후 소비(비내구재)가 이전에 비해 5.2% 가량 높게 나타났다. 주택 구매와 소비와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주택 구매가 단순히 부수적인 내구재 지출을 동반할 뿐만 아니라 위축됐던 비내구재 소비를 해소시켜 소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정동재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래에 주택구매를 앞둔 가계는 저축 등을 위해 소비를 줄일 유인이 있다"며 "주택구매 시점을 기준으로 가계소비에 변화가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주택구매 후 비내구재 소비가 늘어나는 이유로 내 집 마련을 위한 준비기간에 억눌렸던 '소비의 폭발'로 해석했다. 그간 주택 구매 후 뒤따르는 가구, 인테리어 수요로 내구재 소비가 늘어난다는 점은 널리 전해졌다. 연구진은 주택 구매 후 내구재 소비는 22% 급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비내구재 소비 역시 주택구매와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나 향후 주택시장 사이클과 민간소비 전반의 연관성도 유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 연구는 1999년부터 2016년까지의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기초로 한 데다 주택구매후 대출상환액이 소비에 미치는 요인은 제외해 최근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빚투(빚 내서 투자) 영향을 반영하지는 못했다.
최근 집값이 급등하면서 주택 매매 행렬에 동참하지 못한 가계는 소비를 지연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다섯째 주(30일 기준) 전국의 주간 아파트값은 0.24%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번 주 0.03% 올랐다. 서울의 경우 매매거래량은 줄어 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매매가격 오름세에 주택구매에 나서지 못한 가계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 부연구위원은 "서울 주택시장에서 소득 대비 집값 상승률 높게 나타나 주택 거래량 감소 추세가 두드러질 수 있다"며 "계획된 주택 구입을 연기하게 된 무주택자들은 더 긴 저축 기간이 필요해 소비를 증가시키는 시점이 연기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