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약사 면책조항 다른 국가에도 적용돼… 국가 배상시스템 마련 계획"
임상시험 등 허가 자료와 다른 성분으로 백신 만들어 부작용 생기면 제약사 책임

독감백신.

정부가 내년 1분기부터 순차적으로 들여올 해외 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부작용 발생 시 공급 기업에 책임을 100% 전가할 수는 없을 전망이다. 앞서 제약사와 코로나19 백신 선구매를 계약한 미국 등은 예방접종 부작용 피해에 대해 제약사에 면책해주는 대신 국가가 보상해주는 방안 등을 마련해놨는데, 우리 정부도 보상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8일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코로나19 공급 제약사와 면책 조항 협의’에 대해 "현재 (코로나19)백신은 완전한 제품이 아니다"며 "문제가 있을 때 100% 기업에 다 책임을 지라고 했을 경우 우리에게 (제약사가)공급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사에 일부 면책을 부여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임 국장은 "(면책조항이) 대부분의 나라에 적용되고 있다"면서도 "세부 계약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제약사들의)광범위한 면책요구는 납득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공통된 현상"이라고 했다.

이날 우리 정부가 밝힌 국내 코로나19 백신 공급 업체는 미국 화이자를 포함해 모더나, 얀센(존슨앤드존슨),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등 총 4곳이다.

코로나19 백신이 유례없는 속도로 개발되고 있는 만큼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큰 게 사실이다. 통상 백신이 개발돼 안전 검증이 이뤄지기까지 10년이 걸리는데,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착수한 지 약 1년 만에 세계 최초로 영국에서 긴급사용승인 허가를 받았고, 이날부터 일반인 상대로 접종이 시작된다. 역대 가장 빠른 속도다. 기존 최단기간 개발 백신인 볼거리 백신(약 4년)보다도 약 3년 빠르다.

실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 영국과 곧 개시할 예정인 미국 현지에선 코로나19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18~29일 미국 성인 1만26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39%는 백신을 맞을 의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에서도 국민 3분의 1 정도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사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우리 정부가 이르면 내년 2월부터 들여올 코로나19 백신도 예방접종자가 백신 접종을 거부할 경우 접종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양동교 질병관리청 의료안전예방국장은 "(예방)접종은 본인 동의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게 원칙"이라며 "접종을 기피하는 경우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설득해 접종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백신 선구매에 나선 해외 주요국은 국가가 직접 나서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을 보상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호주 등은 예방접종 피해를 국가가 직접 보상해주거나 피해자가 제약사를 상대로 승소하면 정부가 이를 배상해주는 방안 등을 도입했다. 일본도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나타날지 모르는 건강 피해로 제약사가 지게 될 손해배상금을 정부가 부담하는 조항을 마련했다.

국내는 아직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부작용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임 국장은 "감염병 예방법 예에 따라 세부적으로 통지할 것"이라며 "이런 예를 보고 국내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부작용에 대한)보상시스템을 갖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임상시험 등 허가 자료와 다른 성분으로 백신을 만들어 공급해 부작용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