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보다 실물경제를 더 잘 예측해 '닥터 코퍼(Dr.Copper·구리 박사)'라는 별명이 붙은 구리 가격이 거의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철광석, 알루미늄 가격도 바닥을 찍고 올 들어 두자릿수 급등했다.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고 대규모 재정지출을 공약한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며 세계 경제가 회복될 거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2017년 10월 23일(현지시각) 구리로 만든 롤이 코스타리카의 한 작업장에 놓여있다.

6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구리 가격은 올 들어 4일 기준 26% 올라 거의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철광석은 48% 뛰면서 올해 가장 많이 오른 상품 중 하나가 됐다. 알루미늄도 13% 상승했고 생산업체인 센츄리 알루미늄도 주가가 작년 말 7~8달러에서 최근 12~13달러로 급등했다.

3개 금속은 주택 건설업 같은 전통 제조업부터 전기차 생산과 같은 신산업까지 거의 모든 산업 부문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때문에 이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제조업 활동이 정상화 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최근 가격 상승은 중국의 경제 회복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금속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최대 수입국이다. 코로나 이전부터 중국 제조업 활동은 미중 갈등 여파로 부진했는데, 코로나 이후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빠르게 회복 되고 있다.

중국 뿐 아니라 세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 화이자,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 백신이 임상시험에서 뛰어난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대규모 재정지출에 찬성하는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서 경기 회복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낙관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정제된 구리를 역대 최고치인 440만미터톤 순수입 하며 가격 상승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기록한 역대 최고가에 근접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아연과 알루미늄도 자동차, 자전거, 에어컨 수요 증가에 힘입어 가격이 상승할 전망이다.

공급 측면에서도 페루 같은 금속 생산국에서 코로나와 근로자 파업 여파로 예년보다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금속 전문 헤지펀드 드레이크우드 캐피탈의 데이비드 릴리 총괄은 "현재 산업용 금속의 전망은 역대 최고치를 찍은 10년 전보다 밝다"고 말했다.

투기 목적의 자금 유입도 활발하다. 팩트셋에 따르면 최근 몇주 동안 수천만달러가 구리 생산업체 주가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로 유입됐다.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기성 투자자들이 구리 가격 상승에 베팅한 금액은 2018년 초 이후 가장 컸다.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던 사람들은 이제 금속으로도 관심을 확대하고 있다. 금속거래업체 아리온투자운용의 다리우스 타바타바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두가지 불확실성(코로나 백신, 미 대선)이 해소됐고 이제 경제에 막대한 자금이 밀려들어올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