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열풍이 다양한 재테크 수단으로 이어지고 있다. 초저금리 장기화를 비롯해 부동산 규제 등으로 예·적금, 부동산에 쏠려있던 시선은 국내 주식을 넘어 새 투자처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5.25포인트(1.31%) 상승한 2731.45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장중 한 때 2742.77까지 오르면서 장중 기준 고가를 경신했고, 종가 기준으로 지난 1일부터 나흘 연속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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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를 끌어 올리는 요인 중 하나는 개인 투자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국내 주식거래활동계좌수는 3479만6699개로 올해 초인 1월 2일(2935만4221개)보다 약 16% 증가했다. 주식거래활동 계좌는 예탁금 10만원 이상에 6개월 간 한 번 이상 거래한 내역이 있는 증권 계좌를 뜻한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연고점을 경신하는 과정에서 개인은 차익실현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주부터 다시 매수로 돌아서고 있다"며 "저금리가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 대안이 없다는 사실이 이들을 증시로 이끌고 있다. 앞으로도 개인의 잠재 매수세는 시장의 큰 완충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주식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꾸준히 느는 추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액은 99억6492만달러(한화 약 10조8328억원)로 지난 10월(73억2193만달러)에 비해 26.5% 늘어났다. 통상 달러 약세는 미국 주식의 평가손실을 일으키지만, 반대로 이를 미국 주식 저가 매수 기회로 보는 투자자가 많아진 것이다.

이날 기준 금투협이 운영하는 비상장기업 거래 플랫폼인 장외주식시장(K-OTC) 시가총액은 16조2659억원으로 코로나가 본격화된 지난 3월 말(11조4053억원)보다 약 42.6% 증가했다. SK바이오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공모주와 달리 기업 임직원, 초기 투자자들이 보유한 장외 주식은 증거금 납입 없이 거래가 가능하다.

비상장주식 거래가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앱) ‘증권플러스비상장’의 경우 이날까지 거래량은 3만6363건을 기록 중이다. 증권플러스비상장은 지난해 11월 출시된 서비스로 핀테크 업체 두나무와 삼성증권(016360)이 운영하고 있다. 두나무 관계자는 "공모주 열풍이 비상장시장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올해 8, 9, 10월에 월간활성이용자(MAU)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사진은 남산에서 바라본 강북 아파트.

온라인상에서는 한정판 운동화, 명품 가방부터 관상용 새우까지 희소성 있는 제품을 사고파는 재테크도 인기다. 특정 스포츠 브랜드와 유명 연예인이 협업한 운동화가 출시된 지 일 년 만에 3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는가 하면, 특이한 색깔과 무늬를 가진 관상용 새우를 마리당 3000~5000원에 구매해 키운 뒤 적게는 수십만 원, 많게는 수백만 원에 되파는 경우도 있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드컴퍼니는 지난해 한정판 운동화를 재판매해 시세차익을 얻는 이른바 ‘슈테크’(슈즈+재테크)로 불리는 운동화 리셀 시장 규모를 20억달러(약 2조 1656억원)로 추정했다. 오는 2025년까지는 그 규모가 60억달러로 세 배 가까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금융당국은 비상장주식을 다단계 방식으로 팔아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당국은 구체적인 근거 없이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자금을 유치하는 회사는 의심을 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비상장법인의 영업 실적, 기술 등에 관한 관련 정보는 허위 여부를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풍부해진 유동성 등으로 당분간 주식을 비롯한 개인들의 투자 열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 수단이 다양해지는 현상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도 개별 수단, 상품에 대해 충분한 인지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리스크는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