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전동킥보드 관련 규제를 완화했던 국회가 안전 문제에 대한 비판이 늘자 규제를 다시 강화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교통 안전에 대한 치밀한 검토와 고민 없이 졸속으로 법안을 바꿔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월 13일 서울 신촌 연세로에서 시민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3일 킥보드 이용가능 연령을 만 16세 이상으로 높이고 보호장비 착용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원동기장치자전거면허 이상의 운전면허를 취득해야만 전동킥보드 이용이 가능하다. 원동기 면허 취득이 불가능한 만 16세 미만은 탑승이 제한된다.

또 안전모 등 인명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고 운전하거나 정원을 초과할 경우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약물 등을 한 후 운전을 하고, 보호자가 만 13세 미만 어린이를 도로에서 운전하게 하는 경우 등도 처벌 대상이다.

이번 개정안은 앞서 개정된 전동킥보드 관련 법안이 시행되기 불과 일주일 전에 의결됐다. 국회는 지난 5월 도로교통법과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만 13세 이상이면 운전면허 없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전동킥보드 이용 가능 범위도 차도(가장자리)에서 자전거 도로로 넓어졌다. 이 개정안은 오는 1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불과 7개월 사이에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안을 뒤집으면서 시민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모(26)씨는 "길거리에서 전동킥보드에 두명이 타거나 빠르게 달리는 것을 보며 중학생이 타는 걸 걱정했는데 다행"이라면서도 "애초에 법을 만들 때 시민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만들었으면 법안을 헷갈리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건너편 인도에 전동킥보드가 방치돼 있다.

온라인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이랬다 저랬다 여론 반응 보고 수정하지 말고 처음부터 상식적으로 정책 만들어라", "법을 호떡 뒤집듯이 뒤집고 있다", "귀한 목숨 죽어나기 전에 잘 바꿨지만, 법 개정을 하려면 제대로 알아보고 신중하게 해라" 등의 의견이 잇따랐다.

행안위에서 의결된 개정안이 시행되기까지 공백이 있는 점도 문제다. 개정안은 오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인데, 의결을 거치더라도 국무회의 의결 및 유예기간 등을 거치면 내년 4월부터 시행될 수 있다.

민관협의체의 '개인형 이동수단(PM) 안전관리 강화방안'이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앞서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 등은 15개 공유 PM 업체와 손잡고 킥보드 안전관리 방안을 마련했다. 전동 킥보드를 대여할 수 있는 연령을 만 18세 이상으로 정하고, 안전모를 쓰지 않거나 2명 이상 탑승하는 행위에 대한 단속과 계도를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안전모 착용은 의무화가 아니라 미착용시 '경고' 대상이라, 헬멧을 쓰지 않는 운전자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전동킥보드 관련 안전사고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일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전동킥보드 운전자 A씨는 서울 구로구 남부순환로의 한 도로에서 신호를 위반하고 달리던 오토바이와 충돌, 머리를 등을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지난 10월 인천에서 발생한 킥보드 사망 사고 당시에도 탑승자 2명 모두 안전모를 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