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패닉바잉(?)'으로 경기도에 자그마한 아파트를 매수한 후 깨달은 사실이 있다. 이제까지 24번의 부동산 정책이 나올 때마다 열불을 내면서 쓴 에너지가 생각보다 컸다는 것이다. 집을 사니 어떻냐고 묻는 지인들에게 나는 늘 "무엇보다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답한다. 정부는 패닉 상태라는데 정작 당사자는 스트레스에서 한결 해방된 기분이니 신기한 일이다.

올해는 유독 부동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컸다. 실제로 한국인사이트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소셜 미디어(SNS), 블로그, 커뮤니티, 언론보도 등에서 부동산 관련 언급량이 203만1392건, 즉 한달에 17만건에 달했다. '국민MC' 유재석이 연간 50만건, 손흥민 선수가 골을 넣었을 때도 일주일에 1만건이 넘기 힘든 정도라고 한다. 한 달에 10만건이면 모든 국민들이 아는 사안이라니 부동산은 이미 국민적 관심사 수준을 뛰어넘은 셈이다.

이쯤 되니 집값 급등에 따른 무주택자들의 절망과 분노는 자조와 조롱의 형태로 나타나기에 이르렀다. 정부가 공급하는 호텔방에 임대로 거주하는 '호텔거지', 월세를 내고 사는 '렌트푸어' 등 스스로를 거지라 폄하한다. 자조에 그치지 않고 외부에서 비판의 대상을 찾아 아파트를 빵에 비유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빵투아네트'라며 조롱하기도 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유동성이 넘치는 부동산 상승장에 집을 사지 못해 사실상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무주택자의 분노가 밖으로 표출되고 있는 시점이라고 분석한다. 그렇다면 급등한 집값으로 인해 열불내면서 소모되는 국민적 에너지는 얼마나 큰 것일까. 정부가 집값을 제대로 잡았다면 국민들이 들었을 부동산 관련 이야기가 203만번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소모적인 논쟁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약발이 잘 받는 특효책을 내놓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가 지금으로써는 공급정책이 유일하다고 말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과천은 최악의 전세난 와중에도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전셋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내년 대규모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이 공급되는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김현미 장관은 "주택이 빵이라면 맘껏 만들어낼텐데"라는 식으로 응답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 말의 행간은 앞으로도 제대로된 공급을 절대 않겠다는 의미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것"이라고 했다. 아직도 정부는 지금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모르는 것 같다.

죽어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만 공급을 추진하겠다면 아마도 김현미 장관은 당분간 '빵투아네트' '빵 장관'이라는 별명을 떨치지 못할 것 같다. 오히려 집값이 오르고 대출도 막혀버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무주택자들이 분노를 조롱으로라도 승화해 누그러뜨릴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지금은 그런 역할이라도 하셔야 그나마 다행인 상황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