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전속 조직을 분리하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자체 법인보험대리점(GA)의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다. 보험시장에서 계속해 GA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설계사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특수고용노동자 고용보험 가입 등 설계사 채널에 대한 당국 규제도 예상되면서 인력을 GA로 옮기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보험 상품의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는 '제판분리' 경향도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085620)은 내년 3월 전속채널 보험설계사를 자회사형 GA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에 이전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미래에셋생명의 전속 설계사 수는 3300여명으로, 전속채널을 자회사형 GA로 이전하는 배경에는 인력 효율성을 꾀하면서 인력들에 대한 지배력도 계속 가지고 갈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이동에 앞서 수당구조 및 업무 시스템을 정비하고 사전 설명회 등을 통해 내부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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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인 내년 4월, 생보업계 2위 한화생명(088350)도 영업부문을 따로 떼어내 별도의 법인을 세울 계획이다. 본사 역량은 상품개발과 자산운용에 집중하고 영업부문은 판매전문기업으로 따로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관련해 금감원에 사전보고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은 최근 정기 인사를 단행했는데, 영업부문만 내년 초로 미룬 것도 이러한 변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통해 표면적으로 한화생명 전속 설계사 조직은 사라진다. 한화생명의 전속 설계사 수는 지난 6월 기준 1만9469명이다. 미래에셋생명 전속 설계사 3300여명과 합치면 2만명이 넘어 설계사의 '대이동'이 일어나는 셈이다.

한화생명은 기존에 분리 운영 중이던 한화라이프에셋과 한화금융에셋의 합병도 공식화했다. 두 회사는 한화생명이 지분 100%를 보유한 GA로, 한화생명은 조직을 대형화하고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두 GA를 통합한다고 설명했다. 합병 기일은 오는 15일이다.

GA부문을 키우기 위해 보험사들의 인수전도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최근 GA업계 10위권 리더스금융판매는 사업부를 쪼개 각각 신한금융플러스와 라이나금융서비스(라이나생명 GA)로 편입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리더스금융판매의 7개 사업부는 신한금융플러스로 옮길 것으로 예상되며, 규모는 2000~3000명이다. 올해 8월 출범한 신한생명의 자회사형 GA인 신한금융플러스의 현재 소속설계사는 100명 미만으로, 리더스의 설계사들을 품으면 3000여명에 달하는 대형 GA로 거듭나게 된다. 리더스의 다른 2개 사업부는 라이나금융서비스로 옮길 것으로 보이는데, 인원은 1000명 정도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라이나 소속 설계사는 지난 6월 기준 275명이다.

이밖에도 NH농협생명이나 KB생명도 GA설립이나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에선 GA 2위권 피플라이프가 한화생명에 인수된다는 말도 있었다가 피플라이프가 기업공개(IPO) 방침을 밝히면서 무산됐다.

보험사들의 자체 GA 확대 움직임은 비용 절감 효과를 노리는게 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독립 법인이 되면 본점 전속 채널로 있는 것보다 영업비용 제한에서 자유롭고, 이에 지점 유지비나 인건비 등 고정비 절감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줄인 영업 비용을 늘려 대형 GA와 경쟁에 쓰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제판분리 기조와 관련해 판매전문회사 논의가 본격화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금융당국이 보험설계사 고용보험 의무화나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설계사 수수료 1200% 제한 룰 등 설계사나 소비자 보호와 관련해 보험사의 의무를 늘리는 것도 보험사들이 영업 조직을 떼어 자체 GA로 두는 움직임에 영향을 주고 있다.

현재 자회사형 GA를 둔 보험사는 삼성생명(삼성생명금융서비스), 삼성화재(삼성화재금융서비스), 한화생명(한화금융에셋·한화라이프에셋), 메트라이프생명(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 라이나생명(라이나금융서비스), ABL생명(ABA금융서비스), 신한생명(신한금융플러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