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아파트’는 정말 반값인 것일까.

올해 초 고분양가 논란에도 완판에 성공했던 경기도 고양시 덕은지구에서 이번에는 반값 아파트라는 말이 있는 단지가 분양을 시작했다. 다른 신축 단지에 비해 저렴한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 전문가들은 6년 동안 전매가 제한된다는 점 등은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이 지난 2일부터 경기도 고양시 덕은지구에 분양하는 ‘호반써밋DMC힐즈’에 일부 부동산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반값 아파트’라는 별명이 붙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과 인접해 실질적인 ‘서울 생활권’을 누릴 수 있는 입지인데 분양가는 절반 수준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입지 조건이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덕은지구 A-3 블록에 건설될 예정인 호반써밋DMC힐즈는 전용면적 84㎡ 만으로 총 559가구가 공급된다. 분양가는 주택형에 따라 A형은 6억5723만원, B형은 6억5612만원으로 책정됐다.

경기 고양시 덕은지구 A3블록 '호반써밋 DMC 힐즈' 조감도.

① 상암동 가깝지만 ‘상암동 아파트’에는 못 미쳐

호반써밋DMC힐즈가 ‘반값 아파트’라는 근거는 앞서 덕은지구에 분양된 ‘DMC리버포레자이’ 또는 제2자유로 건너편에 있는 상암월드컵파크 2~7단지와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지난 4월 GS건설은 ‘DMC리버포레자이’ 전용면적 84㎡를 최고 8억9630만원에 분양했다. 당시에는 9억원에 육박하는 분양가가 너무 높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분양은 성공적이었고 현재 이 아파트 입주권 호가는 13억원대에 달한다.

또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상암월드컵파크 4단지 전용면적 84.89㎡(3층)는 지난달 5일 12억5300만원에 거래됐다. 단지 또는 층수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상암월드컵파크 2~7단지 전용면적 84㎡의 실거래가는 11억원에서 12억원대에 형성돼있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상암동과 덕은지구를 동일 선상에서 놓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는 경우도 있다. 상암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트리플 환승역인 디지털미디어시티역과 수색역에 도보로 접근 가능한 월드컵파크 아파트와 인접한 지하철역도 없고 대중교통 노선도 미정인 덕은동 신축은 입지조건이 전혀 다르다"면서 "지구 개발과 함께 건설되는 상가를 제외하면 편의시설도 거의 없어 결국 상암동에 의존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했다.

1일 경기도 고양시 덕은지구에 건설되고 있는 한 아파트 단지 모습.

② ‘한강뷰’ 장점있지만 하수처리장은 마이너스 요인

이 단지는 비교 대상을 비슷한 입지의 덕양구 향동지구 아파트로 바꿔도 분양가가 싼 편이다. 향동지구는 덕은지구와 경의중앙선 철로를 사이에 둔 입지로, 역시 서울 은평구 수색동과 인접해 있어 ‘무늬만 경기도’로 불리는 지역이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준공된 ‘호반베르디움더포레 4단지’ 전용면적 84.89㎡(24층)는 지난 10월 19일 9억원에 매매됐다. 호반건설에 따르면, 2016년 분양 당시의 평균 분양가는 4억5000만원 정도였다.

다만 덕은지구는 향동지구와 구별되는 단점과 장점이 모두 있다. 단점은 단지 서쪽에 하수처리 시설인 ‘난지 물재생센터’가 있다는 점이다. 난지물재생센터는 서울 서부권에서 나오는 음식물 폐수물과 하수, 분뇨 등을 처리하는 시설이다. 고양시는 여름철에 퇴비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난지도물재생센터 이전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전 대신 2025년까지 분뇨처리시설 등 일부 시설을 지하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수처리장에 대한 반감들이 있어서 이 부분은 향후 시세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장점은 ‘한강 조망권’이다. ‘DMC리버포레자이’와 ‘DMC리버시티자이’의 분양가가 높았던 이유에도 ‘한강이 바로 보이는 아파트’라는 프리미엄이 있었다. 다만 호반써밋DMC힐즈가 자리할 덕은지구 A-3 블록은 이들 두 아파트보다 뒤에 있다. 층수는 DMC리버포레자이와 DMC리버포레자이가 최고 24층, 호반써밋DMC힐즈가 최고 23층으로 비슷하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 연구원은 "결국 호반써밋DMC힐즈는 ‘한강뷰’ 여부에 따라 단지별·층별로 향후 가격 편차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저층의 경우엔 한강뷰가 어려운 만큼 오히려 ‘상대적 고평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③ 전매제한 6년 지나면...창릉신도시 3만8000가구 들어온다

특히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호반써밋DMC힐즈의 전매제한 기간이 6년이라는 점을 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입주 예정은 2022년 12월로, 준공 후에도 4년을 더 기다려 2026년 12월이 돼야 시세 차익 실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앞서 분양한 DMC리버포레자이 등은 전매제한이 ‘소유권 이전 등기’ 이전까지로, 준공만 되면 매매가 가능하다. 덕은동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권을 받으면 무조건 6년 동안 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좀 걸린다"고 말했다.

이는 고양시를 비롯한 경기도 부동산 시장이 역대 최고 활황을 누리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6년 후 미래 가치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더구나 호반써밋DMC힐즈 수분양자가 차익 실현이 가능한 시점인 2026년은 인근에 총 3만8000가구가 공급되는 ‘창릉 신도시’ 입주가 본격화되는 시기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고양시 내 갈아타기 수요도 있는 만큼 창릉신도시가 들어온다고 해서 덕은지구 집값이 꼭 내린다고 걱정할 것만은 아니다"면서도 "전매제한 기간이 긴 만큼 오랫동안 실거주한다면 어떨지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