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병원.

정부와 학계는 물론, 의료계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조건 중 하나인 하루 코로나19 확진자 수 1000명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3단계 현실화 시 필수시설을 제외한 다중이용시설 대부분이 운영을 중단하고, 재택근무가 의무화되는 등 가장 강한 거리두기 단계에 돌입하게 된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3단계 조치가 충분한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1일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기준은 전국 주평균 확진자 하루 800~1000명 이상 또는 2.5단계 상황에서 더블링(2배 증가) 등 급격한 환자 증가다. 지난 11월 정부가 기존 3개 단계에서 1, 1.5, 2, 2.5, 3 등 5개 단계로 세분화한 조치 중 가장 강도 높은 조치다.

3단계 격상 시 핵심 메시지는 원칙적으로 집에 머물기다. 2.5단계까지 외출과 모임 등을 ‘자제’하던 것보다 강한 조치다. 국공립시설은 실내·외 구분 없이 운영을 중단하고 학교는 원격수업으로 전환하고 종교활동은 1인 영상만 허용한다. 직장에서는 권고 사항이던 재택근무가 필수인력 이외에는 의무화된다. 장보기 등 일상생활에 꼭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록다운(봉쇄)에 돌입하는 것이다.

이날 대한의사협회는 코로나19 관련 대정부 권고문을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3단계로 상향하는 방안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3단계 조치가 코로나19 방역에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과거 1단계는 50명이었는데 현재 5단계로 나뉜 기준은 굉장히 루즈(느슨)하다"며 "현재(코로나 19확진 현황)에도 2.5단계를 해야 하는데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단계도 유럽, 중국 등에서 한 록다운 수준은 아니다"며 "록다운이라는 게 이동 금지인데 국내의 경우 스테이 앳 홈(집에 머무르기)정도"라고 덧붙였다.

반면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현행 3단계 조치가) 충분히 코로나19 관리나 통제가 가능할 수준이라고 본다"며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등) 문제가 생길 경우 다시 대책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미 정부와 학계, 의료계는 현 추세라면 3단계 격상 기준을 충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1월 27일 재생산지수 1.78을 기준으로 4주간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예측한 결과, 12월 5~12일 주간 일 평균 신규 확진자 1000명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도 11월 30일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지난주 감염 재생산지수는 1.43으로 분석됐다"며 "1~2주 뒤 감염자가 많게는 700~1000명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의 책임자가 감염 재생산지수를 토대로 1000명대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앞서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 연구팀도 지난 11월 18일 최근 일주일 간 재생산지수가 1.53으로 추산된다며 4주 뒤(12월 16일) 1075명의 일일 신규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진자 수 예측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시물레이션 결과라 꼭 그렇게 된다고 볼 수 없다"며 "국민들의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이나 방역 조건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