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법·징벌적 손배제 도입 위한 '상법' 개정안 공청회
경제계 "파급효과 부작용 등에 대한 선행 연구 필요"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에 대해 경제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법무부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집단소송법' 제정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을 위한 '상법'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법무부는 지난 9월 증권 분야에 한정돼 있는 집단소송제를 전 분야로 확대하고, 분야별로 산발적으로 도입돼 있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상법에 넣어 일반화하는 개정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사전 예고 없이 기습적으로 발표를 하면서 법무부가 경제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을 제대로 된 의견수렴 없이 주먹구구로 추진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자 법무부도 한 발 물러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전에 공청회를 열고 의견을 듣기로 했다. 지난달 국회에서 관련 공청회가 열린데 이어 이날은 법무부가 직접 경제계와 학계 전문가를 모아 공청회를 열었다.

법무부가 1일 집단소송·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경제계 전문가들은 법무부의 법 개정안에 강하게 반대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정부가 한국 기업을 실험대상으로 삼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 본부장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실험적 제도들이 다수 담겨 있어 우리의 법문화나 법체계에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파급효과와 부작용 등에 대한 충분한 선행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이 본부장은 원고에게 편향돼 있는 '입증책임 경감' 부분을 문제삼았다. 법무부의 원안은 원고에게는 개략적으로 피해를 주장할 수 있고, 피고에게는 구체적인 답변과 해명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법원의 소송허가 결정에 대한 피고측 불복을 제한하는 규정도 있다. 이 본부장은 "미국연방소송규칙 및 미국법원을 비롯해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제도"라고 했다.

이밖에 법원의 자료제출명령에 대한 피고의 '영업비밀 제출 거부권'을 인정하지 않는 부분, 피고가 불응하면 법원이 원고측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추정하도록 한 부분, 소송허가요건을 완화한 부분 등이 문제 조항으로 지목됐다. 이 본부장은 "법문화와 법체계가 우리와 유사한 대륙법계 국가들 중에서 집단소송제를 전면도입한 나라는 없다"며 "부작용 등에 대한 충분한 선행연구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중소기업계를 대표해 나온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도 "집단소송제는 개별 소비자의 피해구제 효과는 적은 반면 기업의 비용은 높은 비효율적인 제도"라며 "자금여력이 없고 법무팀이 없어 소송 대응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경우 도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계의 주장이 '기우'라는 반론도 있었다. 김남근 변호사(법무법인 위민)는 "집단소송법은 집단적 피해에 대해 실질적인 당사자 대등이 보장되지 않는 현재의 민사소송제도의 한계를 개선하고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개혁 입법"이라며 "글로벌 스탠다드화 되고 있는 집단소송제를 한국만 미룰 수는 없다"고 했다.

김주영 공익법률센터장도 "집단소송제에 대한 재계의 우려는 크게 과장된 것"이라며 "원고의 입증책임을 경감한 것이 아니라 기존 문서 제출명령의 예외사유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법원명령 위반·증명 방해에 대한 제재의 실효성을 강화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를 놓고는 배상 한도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5배 한도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배상액 상한을 폐지하거나 상한 구간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반면 윤석찬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책임 요건은 '고의·중과실' 대신 '악의적 고의'에 한정해야 한다"며 "미국 사례에 비춰볼 때 5배 한도는 과도하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과 입법예고 과정에서 수렴된 의견을 검토해 올해 안에 법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