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투자펀드 인수 이어 핀테크 업체 설립도

넥슨코리아가 블록체인 연구개발(R&D) 자회사인 ‘블록체인엔터테인먼트랩’을 매각했다. 넥슨 오너인 김정주 NXC 대표는 블록체인·가상화폐·핀테크 등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 대표가 미래 금융 사업 중심축을 ‘가상화폐’에서 ‘핀테크’로 확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코리아는 지난 9월 29일 블록체인엔터테인먼트랩(이하 블록체인엔터) 지분 100%(14만5000주)를 노기태 블록체인엔터 대표에게 매각했다. 인수가는 10억원으로, 장부가 15억6400만원에서 할인된 가격이다.

김정주 NXC 대표.

블록체인엔터 전신은 넥슨이 2009년 인수한 게임 개발사 ‘러시모’다. 넥슨은 2018년 러시모를 블록체인엔터로 명명하고 블록체인 관련 연구에 매진해왔다. 회사를 인수한 노 대표는 넥슨 산하 데브캣 스튜디오 출신으로, 2018년 러시모가 사명을 바꿀 때부터 블록체인엔터 대표를 맡아왔다. 그는 데브캣 스튜디오에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연구해온 인물로 알려졌다.

블록체인엔터는 설립 당시 ‘넥슨 블록체인 R&D 전초기지’로 불렸다. 사업 목적은 △통신판매중개업 △온라인정보제공업 △기술연구 및 용역 수탁업 △시스템 구축사업 △전자지급 결제 대행업 △외국환거래법상의 소액해외송금법 등이다.

넥슨은 블록체인엔터에 관해 "게임의 재미를 극대화 하기 위한 블록체인 연구를 진행하는 법인"이라고 설명해왔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블록체인엔터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게임 내 거래와 결제, 데이터베이스(DB) 관리 등을 주로 연구해온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블록체인엔터 매각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다. 넥슨 모회사인 NXC의 김정주 대표는 가상화폐·블록체인 등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2016년 국내 최초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빗을 인수했고, 2018년엔 유럽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인수했다. 2018년 말엔 NXC 자회사 NXC LLC를 통해 미국 가상화폐 거래 대행업체 타고미에 투자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들어선 김 대표의 초점이 ‘가상화폐’에서 ‘핀테크’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3월 NXC는 NIS인드라펀드 지분 92.23%를 1141억원에 취득했다고 밝혔다. NIS인드라펀드는 버진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법인으로, 인도 내 비은행 금융업과 핀테크 업체 등에 투자한다.

NXC는 이어 핀테크 업체 아퀴스를 설립했다. 아퀴스는 가상화폐를 포함한 증권·금융 상품을 게임하듯 거래하는 플랫폼이다. 게임에 친숙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를 노리는 발상이다.

NXC는 이와 동시에 코빗USA와 비트스탬프 일본 법인 청산에 나섰다. 이어 블록체인엔터를 매각한 것이다. 블록체인·가상화폐 계열사를 정리하고, 전통적인 금융·증권 상품을 포괄하는 핀테크로 영역 확장에 나서는 듯한 행보다.

관련 업계는 김 대표가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을 끄진 않았을 것으로 본다. 최근 가상화폐 시장은 비트코인이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며 활황을 맞고 있다. 코빗은 최근 신한은행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블록체인 기반 핀테크 사업을 펼칠 계획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가상화폐 근간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자산 거래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듯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