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생활고를 비롯해 개미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치솟는 전세·매매 집값으로 인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대출까지 이어져 올해 3분기(7~9월) 가계신용 잔액이 1682조원을 돌파해 지난 분기에 이어 또다시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6월 말보다 44조9000억원 불어난 1682조1000억원으로 2004년 4분기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7%로, 지난해 3분기(3.9%) 이후 4분기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분기 기준 증가폭(44조9000억원)은 역대 두번째로 컸다. 2016년 4분기에 46조1000억원으로 가장 많이 증가했었는데, 당시는 이른바 '빚내서 집을 사라'던 박근혜 정부의 정책으로 부동산 거래가 활발했던 때다. 한은 관계자는 "그 당시에도 주택매매, 전세거래가 활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당시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완화되는 모습이었던 것과 달리 지금은 정부의 가계 대출 규제가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했다.
가계신용은 우리나라 가계가 은행·보험사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이용액 등(판매신용)을 더한 포괄적인 빚을 가리킨다. 이중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분기 대비 39조5000억원 늘어난 1585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업권별로는 예금은행,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기타금융기관 등 모든 업권에서 각각 26조원, 3조1000억원, 10조4000억원 증가했다.
상품별로도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 모두 증가폭이 확대됐다. 특히 기타대출은 3분기에만 22조1000억원 늘어 통계 편제 이후 역대 최대 증가폭을 보였는데, 이는 지난해 연중 증가액(23조10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였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자금 수요뿐만 아니라 주식자금 수요, 코로나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도 기타대출을 중심으로 발생한 영향"이라고 했다.
판매신용 잔액은 5조4000억원 늘어난 96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온라인 구매 증가, 9월 말 추석 연휴에 따른 결제 이연 등으로 여신전문회사를 중심으로 증가세를 견인했다는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발표된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이 4분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현재 정부의 각종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주택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고 주식거래 자금 수요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어, 증가 속도에 대해서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