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층 기술이 반도체 패권 좌우
美마이크론 ,삼성⋅SK하이닉스 넘는 176단 낸드플래시 양산 개시
128단 양산 삼성 내년 160단 이상 추정 3D 낸드 개발 양산 예정
SK하이닉스, 176단 4차원 낸드 개발중… 인텔, 144단 낸드 개발
대만 TSMC, 구글과 손잡고 3D 기술 활용 시스템반도체 양산 추진
반도체를 여러 겹으로 쌓는 '적층' 기술이 반도체 분야 차세대 기술로 떠오르면서 이 분야 선두권에 있는 한·미·대만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누가 더 많이, 안정적으로 쌓느냐에 따라 반도체 산업의 패권도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데이터 저장공간으로 활용되는 메모리반도체의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는 삼성과 SK하이닉스가 각각 128단(층) 양산 제품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최근 미국 마이크론은 업계 최초로 176단 개발에 성공해 납품을 시작해 '기술 초격차' 경쟁에 가세했다. SK하이닉스에 인수된 인텔 낸드 부문 역시 144단 낸드플래시를 개발했다.
시스템메모리는 파운드리 업계 1위 대만 TSMC가 구글과 손을 잡고 3D(3차원) 시스템반도체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이 반도체를 고도의 계산과 정보처리를 필요로 하는 자율주행차에 심을 계획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TSMC보다 빨리 시스템 메모리를 쌓아 올리는 X-큐브 기술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면서 TSMC를 넘어서겠다는 각오다.
◇마이크론 176단 낸드플래시 양산… 삼성·하이닉스, 고층 낸드 내년부터 양산
최근 마이크론은 '5세대 3D 낸드'라고 이름 붙인 176단 낸드플래시를 업계 최초로 양산해 고객사에 납품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에 따르면 5세대 3D 낸드는 기존 주력 96단 낸드에 비해 적층 숫자를 40% 늘렸다. 이에 따라 다이(Die·회로가 들어가는 반도체 위 작은 사각형 조각) 크기는 30%를 줄일 수 있었고, 쓰기·읽기 시간 지연이 35% 감소됐다. 로우 데이터(Raw data·압축 등 가공을 거치지 않은 원래 데이터) 전송률은 33% 높아졌다.
반도체 적층 기술은 메모리 셀을 안정적으로 높이 쌓는 것이 관건이다. 단수를 높이면 이와 비례해 단위 면적당 생산성이 높아져 동일한 칩 면적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다만 단수를 올리는 만큼 셀 영역 높이도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낮추거나 기존 제품 수준으로 유지하는데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마이크론은 176단 낸드플래시를 하나의 칩 세트로 구성했다. 이는 88단 칩 두 개를 포개는 것보다 까다롭다. 더 많은 층을 쌓을수록 균일한 구조를 얻기 어려워서다. 마이크론 측은 "주력 3D 낸드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읽고, 쓰고, 지울 수 있는 2세대 RG(Replacement Gate) 기술을 적용했다고"고 했다. 마이크론은 176단 낸드 플래시를 싱가포르 팹에서 생산, 고객사에 납품할 예정이다. 이어 모바일 저장장치·자동차용 전장·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에 176단 낸드플래시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마이크론이 176단 낸드플래시를 양산하기 이전까지 양산 제품 중 가장 높은 낸드플래시 단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28단으로, 두 회사도 128단을 뛰어넘는 초고적층 낸드플래시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평택 팹에서 차세대 낸드플래시인 7세대 V낸드(삼성전자는 3D 낸드플래시를 V낸드로 부르고 있다)를 양산할 계획이다. 업계는 160단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차세대 낸드는 그간 적용해 온 싱글 스택 기술(각 회로에 전류가 흐르는 구멍을 하나로 뚫는 방식)이 아닌 두 번에 나눠 뚫는 더블 스택을 사용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7세대 V낸드에 더블 스택 기술을 처음 적용할 것"이며 "싱글 스택으로 쌓아온 노하우를 최대한 적용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176단 4D(4차원) 낸드를 개발 중이다. 3D가 아닌 4차원으로 불리는 이유는 기존 3D 낸드와 구조가 약간 달라 이를 구별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낸드플래시 셀을 평면에서 아파트처럼 쌓아올린 것이 3D라면 4D는 여기에 더해 아파트 지하에 지하주차장을 만들어 밀도를 높인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이 기술로 셀 면적을 기존에 비해 30%까지 줄일 수 있다. 이미 상용화된 128단 낸드플래시도 4D 방식으로 제작된다. 이와 더불어 SK하이닉스는 2030년이면 800단 낸드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SK하이닉스가 최근 인수하기로 한 미국 인텔 낸드 부문은 144단 낸드를 선보였다. 전하를 도체에 저장하는 '플로팅게이트' 기술을 적용했다. SK하이닉스의 전하를 부도체에 저장하는 CFT 방식과는 다른 방식이다. SK하이닉스 측은 "인텔 144단 낸드와는 수요처가 다르다"며 "다양성을 인정해 각자 기술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시스템메모리 3D화 위해 구글과 의기투합한 대만 TSMC… 삼성전자는 이미 기술 선보여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TSMC는 구글과 손잡고 오는 2022년 3D 기술을 이용한 시스템반도체 양산에 나서기로 했다.
3D 패키징은 반도체 후(後) 공정에 속하는 것으로, 반도체를 수직으로 쌓아올리는 적층 기술이다. 반도체 성능을 끌어올리고 칩 크기를 작게 만드는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3D 시스템반도체는 상용화가 되지 않았는데, 이는 메모리 분야에 비해 3D화에 대한 기술적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다.
TSMC는 대만 서북부 먀오리 새 공장(팹)에서 3D 패키징 기술 상용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구글은 TSMC와의 협업으로 만들 3D 반도체를 향후 자율주행차에 탑재할 예정이다. 미국 AMD 역시 TSMC와 3D 패키징을 공동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 메모리는 그간 회로 선폭을 좁히는 미세공정 기술 개발에서 경쟁을 해왔다. TSMC가 세계 최초로 5나노미터(㎚·10억 분의 1m) 반도체를 상용화했고, 삼성전자는 이에 맞서 4나노 공정을 2022년 도입하기로 하는 등 10나노 이하 공정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다만 미세공정은 한정된 공간에 얼마나 더 많은 반도체 소자를 구현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어서 기술적 한계도 비교적 명확한 편이다. 한계를 뛰어넘는 고밀도 회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도체를 위로 쌓는 3D 기술이 각광받는 이유다.
앞서 지난 8월 삼성전자는 3D 시스템반도체인 X-큐브를 선보였다. 테스트칩을 생산했지만, 양산 시점은 알리지 않았다. 7나노 이하 극자외선(EUV) 공정으로 만들어진 반도체를 위로 여러 겹 쌓은 것은 삼성이 처음이라고 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X-큐브는 두 개 이상의 칩을 쌓아 하나의 칩셋으로 제작한다. 일반적으로 시스템반도체는 CPU·GPU 같은 로직 칩(연산가능칩) 옆에 캐시메모리(임시저장장치)를 붙여 평면 구도로 설계하지만, X-큐브는 캐시메모리(SRAM)를 로직칩 위에 덮은 것이 특징이다. 이 기술은 로직칩과 SRAM을 단독 설계·생산해 위로 쌓기 때문에 전체 칩 면적을 줄이면서 고용량 메모리 솔루션을 장착할 수 있어 설계 자유도가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X-큐브는 위아래 칩을 연결할 때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을 사용했다. 이 기술은 이미 삼성전자가 D램 8~12개를 하나로 묶을 때 활용하는 방식으로, 데이터 처리속도 향상은 물론이고, 전력효율도 높인다.
대만경제연구원은 "삼성전자, TSMC 등 세계 반도체 제조 업체에 있어 3D 패키징이 새로운 전쟁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