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최근 사흘 연속 확진자 300명대를 기록하며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너무 빨리 완화되고 오랜 방역에 지친 사람들의 경각심이 느슨해지면서 코로나가 재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20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20일 0시 기준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전날보다 20명 더 늘어난 363명을 기록했다. 수도권 중심의 2차 유행이 한창이던 지난 8월 말 이후 3개월 만에 사흘 연속으로 하루 300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수도권의 경우 지역사회 유행이 본격화되며 대규모 유행으로 진행되는 양상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면서 "지난 2~3월과 8월에 이어 세 번째 유행이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지난 유행과 비교했을 때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0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하향 조정한 이후 사회적 이동량이 지난해 정도 수준으로 늘었다"면서 "이 상황에서는 확진자가 급증해도 제대로 방역을 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는 것은 1년 가까이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면서 '방역 피로감'에 지친 사람들이 늘어난 탓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최근 들어 식당과 주점 등에서 코로나 이전 상황으로 돌아간 것 같은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면서 "방역 피로감과 불감증이 그동안 우리의 희생과 노력으로 만든 방역 성과를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올해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실시한 '전국 코로나19 인식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46%는 "코로나 감염 여부는 어느 정도 운에 달렸다"고 대답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5단계로 격상됐지만, 일상 생활 속에서 달라지는 것은 각종 시설의 이용 인원 제한 등에 불과해 '코로나 불감증'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생 이모(24)씨는 "올해는 대부분의 수업을 온라인으로 들었지만, 10월부터 거리두기가 완화돼 학교 근처에서 모임을 자주 갖는 편"이라며 "연말이 다가오면서 학과, 동아리 등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30대 회사원 김모씨는 "거리두기 1.5단계가 적용됐지만, 음식점이나 카페의 좌석 개수가 약간 줄어든 것 빼고는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면서 "재택근무를 원하면 연봉을 삭감해야 한다는 공지도 있어 평소같이 출퇴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착용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마스크 의무화'도 식당·주점·카페 등의 공간에서는 적용되기 힘들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남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박모(51)씨는 "음식점보다 술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긴데, 대화하면서 술을 마시다 보니 도중에 마스크를 쓰라고 하기도 애매하다"면서 "반복적으로 안내를 하면 방역 효과가 거의 없는 '턱스크'로 걸친 채로 맥주를 마시는 손님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코로나 확산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정 총리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대국민담화문에서 "최근 코로나 확산세가 거세지며 다시 한번 K-방역이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직장인들은 송년회, 회식 모임 등을 연기하거나 취소해달라. 기업에서도 재택근무 등을 통해 일터 방역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