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신규 확진자가 사흘 연속 300명대를 기록했지만, 정부가 경기를 살리겠다며 시작한 소비쿠폰 발행 사업은 중단없이 계속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 우려를 이유로 외출과 모임을 자제하라고 호소하면서, 여행과 외식을 장려하는 소비쿠폰 사업은 지속하는데 대해 ‘언행불일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오전 충남 아산시 탕정면 선문대학교 아산캠퍼스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20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20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전날보다 20명 늘어난 363명을 기록했다. 지난 18일 이후 사흘 연속으로 하루 300명대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달 들어 3일을 제외하고 계속 세 자릿수의 확진자를 기록하는 등 최근 코로나가 빠르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방역당국은 이미 코로나 ‘3차 유행’이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오전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수도권의 경우 지역사회 유행이 본격화되며 대규모 유행으로 진행되는 양상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최근 확산 상황이 심상치 않다며, 국민들에게 외출과 모임 등을 자제하라고 호소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새로운 거리두기 체제가 첫걸음을 떼자마자 연일 세 자릿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며 "60세 이상의 연령층에서는 불필요한 외출과 만남을 최소화하고, 직장인들은 송년회, 회식 모임 등을 연기하거나 취소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여행과 숙박을 장려하는 소비쿠폰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은 나오지 않았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거리두기 1.5단계에서는 철저한 방역조치 아래 소비쿠폰 사업이 지속될 것"이라며 "확산세가 심해진다면 그때 가서 부처들과 함께 다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도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소비쿠폰 관련 "위험도를 낮추는 방식으로 사업방식을 바꿀 수 있는지 관계부처와 논의 중"이라며 사업 중단 가능성을 배제했다.

지난 15일 서울 시내 한 대형쇼핑몰에 마스크 착용 관련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여행할인권과 외식할인지원 운동을 재개한 데 이어, 지난 4일부터는 100만명에게 3만원 또는 4만원 상당의 숙박 할인권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8월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가 재확산되면서 소비쿠폰 발행을 중단한 지 약 2개월 만이다.

소비쿠폰 발행이 재개될 당시에도 모순된 정책이란 비판이 나왔다. 당시 10월 31일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정부는 집단감염 우려가 큰 클럽을 대상으로 집중 방역점검에 나서고, 형사고발까지 검토하겠다는 엄포를 놓았다. 핼러윈 데이 하루 전 소비쿠폰 발행을 재개한 것과 상반된 모습인 것이다.

시민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3차 대유행이 시작된 상황에서 아직 1.5단계라며 소피쿠폰을 계속 시행한다는데 나가지말고 모이지 말라면서 왜 이러느냐", "모이는 건 안 되지만 쿠폰을 쓰라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느냐", "이랬다 저랬다 하나만 해달라" 등의 글들이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이날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달부터 산발적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이 확진자 증가를 경고했지만, 정부는 1000만명 분의 소비쿠폰을 지급했다"며 "정부 스스로 한심한 엇박자 정책을 펼쳐 코로나 방역 위기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며, 정부의 최근 방역 조치를 비판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문가들이 예고했던 가을·겨울 대유행이 본격화됐지만, 정부는 말로만 심각하다고 하고 행동은 굼뜨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백신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사회적 거리두기밖에 없는데, 정부가 어떤 사달이 나야 대책을 세울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