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본사 전경.

개인투자자들이 지난 2016년 한미약품의 대규모 기술 수출 계약 체결과 수출 계약 해지라는 공시에 따라 주가 손실을 봤다며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약 4년 만에 나온 결과로 애초 투자자들의 패소에 무게가 실렸지만, 법원은 예상을 깨고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한미약품은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6부(부장판사 임기환)는 김모씨 등 투자자 약 120명이 한미약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청구금액 약 13억8000만원 중 13억7000만원을 한미약품이 투자자에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투자자들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창천 윤제선 변호사는 "청구금액을 보면 대부분이 받아들여져 사실상 승소"라고 평가했다. 애초 법조계는 2019년 10월 17일 이후 약 1년 만인 지난달 29일 재판부가 소송 변론을 재개한 데 이어 곧바로 이날을 판결일로 잡아 투자자들이 승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었다. 변론 재개 이후 판결 선고 일자가 약 2~3주로 짧았기 때문에 기대를 걸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날 예상을 깨고 재판부가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서울중앙지법에는 한미약품을 상대로 한 개인투자자들의 손해배상소송이 2건 더 있다. 이날 승소한 소송까지 총 3건의 소송 참가 인원은 368명으로, 소송가액만 총 44억원 규모다. 법무법인 창천에 따르면 소송 제기 후 약 4년이 지났지만, 소송 취하 인원은 3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6년 9월 29일 주식시장 마감 후 1조원대 항암제 기술을 글로벌 제약업체에 수출했다고 공시한 뒤 바로 다음 날인 30일 오전 또 다른 기술수출 계약 해지 사실을 공시하면서 시작됐다. 호재성 공시로 전날보다 약 5% 올랐던 한미약품의 주가는 악재성 공시 이후 18% 급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이에 투자자들은 "한미약품은 30일 개장 전 악재성 공시를 해야 했다"며 "늦장 공시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냈다.

투자자들과 달리 한미약품 측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공시 지연에 대해서는 당시 검찰 조사에서도 무혐의로 결론 났던 사안으로 이날 판결에 매우 유감을 표한다"며 "즉각 항소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