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바이오 강국... 한국 제약・바이오 R&D 현주소

‘10조원 VS 13조원’

정부가 18일 발표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셀트리온(068270)등 국내 바이오헬스 분야 주요 기업의 향후 3년간 집행 예정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 규모 10조원은 스위스의 다국적 제약사 로슈가 2018년 한햇동안 R&D에 투자한 13조원의 77% 수준에 머문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송도에 있는 바이오 기업 셀트리온을 시찰한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등 3개 부처 명의로 낸 자료를 통해 의약품 의료기기 디지털헬스케어 분야 주요 36개사와 벤처캐피털 5개사가 2023년까지 10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우리 정부는 이 자료를 내면서 바이오 산업을 고성장 미래 유망산업으로 보고 지원자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 바이오헬스 R&D 투자 예산을 올해(1조3000억원)보다 30% 늘린 1조7000억원으로 편성하고, 범부처 협력연구 지원 확대를 위한 예산도 올해 2900억원에서 내년 6400억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R&D 투자 규모와 비교하면 아직도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발간한 ‘R&D 스코어보드 2019’에 따르면 로슈는 2018년 R&D에 98억 유로(약 13조원)를 쏟아부었다. 이어 미국 존슨앤존슨(94억 유로), 머크(85억 유로), 스위스 노바티스(80억 유로), 미국 화이자(68억 유로), 프랑스 사노피(59억 유로),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55억 유로), 독일 바이엘(51억 유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46억 유로), 미국 애브비(46억 유로) 등의 순으로 신약 개발에 투자를 단행했다.

제약·바이오는 전통적으로 R&D 투자액과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산업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R&D 스코어보드 2019를 재구성해 R&D 투자 상위 100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제약·바이오를 포함한 의료산업 기업의 평균 R&D 투자액은 8억7400만 유로로, 자동차 관련업(13억900만 유로)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전체 투자액도 1512억 유로로, ICT(정보통신기술) 제품(1766억 유로)에 이어 두 번째다.

특히 제약·바이오 산업의 평균 매출 대비 R&D 비중은 13.03%로 모든 산업을 통틀어 가장 높다. R&D 투자액이 가장 많은 자동차 관련업(4.74%)과 비교해도 두 배 이상 높다.

반면 국내의 경우 의료산업기업들의 R&D 투자액은 다른 산업과 비교해 저조한 수준이다. ICT 제품 산업(26조5536억원)의 10% 수준인 2조7989억원에 그친다. 조사 대상 산업군 8개 가운데 다섯 번째다.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도 6.72%로, 글로벌 기업들보다 낮았다. 절대적인 R&D 투자액이 적은 데다, 매출 대비 투자 비율도 낮아 사실상 경쟁력을 갖기는 힘든 구조다.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 중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은 매출의 27.8%를 R&D에 투자하고 있다. R&D 투자 금액 세계 1위 로슈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도 19.4%에 이른다.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인 셀트리온은 지난 2018년 매출의 29.4%에 해당하는 2887억원을 R&D에 투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