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48 방송 화면.

"김수현, 서혜린, 성현우, 강동호…"

18일 엠넷(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리즈에서 시청자 투표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안준영 PD 등의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린 303호 법정.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가 연습생 12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읽어내려갔다. 순위조작으로 피해를 본 연습생들을 위한 재판부의 배려였다.

선고공판에서는 통상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이름이 불려진다는 점에서 이날 ‘명단 공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와 동시에 재판부가 "피해자를 위한 구제책을 마련해줬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형사 재판부의 역할이 단순히 ‘처벌’에만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민사보상의 가능성까지 마련해줬다는 점에서다.

판사 출신 서초동 변호사는 "응징과 형벌 보다는 치유와 회복을 도모하는 이른바 ‘회복적 사법’ 측면에서 의미 있는 재판"이라며 "탈락한 연습생들을 밝힌 것은 실질적인 피해 회복의 측면까지 고려한 취지로 보여진다"고 했다.

특히 재판부는 순위가 유리하게 조작된 연습생들의 명단은 공개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유리하게 조작된 연습생 역시, 스스로 자신들의 순위가 조작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들도 ‘피해자’라고 봤다. "자칫하면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게 정 부장판사의 판단이다.

정 부장판사는 "이 사건 재판은 순위를 조작한 피고인을 단죄하는 재판이지, 연습생을 단죄하는 재판이 아니다"라며 "이들 모두 진정성을 믿고 최선을 다해 젊음을 불태운 연습생들"이라고 강조했다.

예상치 못한 명단 공개에 이날 방청석에 앉아있던 '국민 프로듀서'들은 다소 놀란 분위기였다. 프로듀스 101 시즌4에서 투표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한 방청객은 재판 직후 "데뷔해도 부족할 게 없을 정도로 좋은 성적을 보였다가 탈락했던 연습생이 실제로 명단에 있어서 더 충격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명단 공개’의 여파는 팬카페까지 움직였다. 팬카페 일부 회원들은 "동명이인이 있으니 소속사를 똑바로 표기해달라"는 요구를 각 언론사에 하기도 했다.

여기에 현재 활동 중인 멤버 가운데 누군가가 순위가 유리하게 조작돼 데뷔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실제 현재 활동 중인 아이즈원(시즌3 데뷔그룹) 팬카페에서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공식카페 한 회원 A모씨는 "지금 멤버들도 훌륭하지만 사실 억울하게 떨어진 연습생 중 한 명도 아이즈원의 멤버가 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에 피해 연습생으로 공개된 이가은(플레디스), 한초원(큐브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의 실제 최종 순위는 각각 5위, 6위로 순위 조작이 없었다면 아이즈원의 멤버로 데뷔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 PD 등은 프로듀스 101 시즌1부터 4까지 전 시즌에 걸쳐 시청자 유료 문자투표 결과를 조작해 특정 후보자에게 혜택을 준 혐의로 기소됐다. 안 PD는 지난해부터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에게서 40여 차례에 걸쳐 3700만원 상당의 유흥업소 접대를 받은 혐의도 받았다. 이에 안 PD는 지난해 11월 5일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안 PD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3700만원을,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용범 CP에게는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2심도 원심 형량을 유지했다.

◇재판부가 공개한 피해 연습생 명단 :

시즌1 1차 투표 결과 조작으로 탈락한 연습생 : 김수현(미스틱), 서혜린(SS)
시즌2 1차 투표 결과 조작으로 탈락한 연습생 : 성현우(더바이브레이블)
시즌2 4차 투표 결과 조작으로 탈락한 연습생 : 강동호(플레디스)
시즌3 4차 투표 결과 조작으로 탈락한 연습생 : 이가은(플레디스), 한초원(큐브엔터테인먼트) (실제 최종 순위는 이가은 5위, 한초원 6위)
시즌4 1차 투표 결과 조작으로 탈락한 연습생 : 앙자르디디모데(에스팀)
시즌4 3차 투표 결과 조작으로 탈락한 연습생 : 김국헌(뮤직웍스), 이진우(마루기획)
시즌4 4차 투표 결과 조작으로 탈락한 연습생 : 구정모(스타쉽엔터테인먼트), 이진혁(티오피미디어), 금동현(C9 엔터테인먼트)(실제 최종 순위는 구정모 6위, 이진혁 7위, 금동현 8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