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업체들이 잇따른 화재를 이유로 리콜 결정을 내리면서 배터리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화재 원인을 배터리 결함으로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안전성 논란이 이어지면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13일(현지시각)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리콜한다고 보도했다. 리콜 대상은 2017∼2019년 사이 생산된 쉐보레 볼트 전기차로, LG화학(051910)의 배터리가 들어간 모델 6만8600여대다. 이 중 미국 내 판매분은 5만900여대다. 볼트 EV에 장착된 고전압 배터리는 LG화학 오창공장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지난 4일 오전 대구 달성군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코나EV 화재 사고가 일어났다.

LG화학 배터리는 국내서도 논란이 됐다. 앞서 현대차(005380)는 LG화학 배터리가 장착된 코나EV 7만000여대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결정하고 국내외 미국·유럽·중국 등지에서 리콜을 진행 중이다. 코나EV 리콜은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동일 차량에 대해 국내외에서 13건의 화재가 발생하자 내린 결정이었다.

삼성SDI의 배터리도 논란이 됐다. 삼성SDI의 배터리가 장착된 BMW, 포드의 일부 전기차 모델이 화재 위험을 이유로 리콜이 실시됐다. 다른 나라 배터리 제조사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 회사인 미국의 테슬라는 지난해 일본 파나소닉 제조 배터리가 탑재된 '모델S'와 '모델X'에도 배터리 모듈 이상이 추정된다며 리콜을 결정했다. 또 중국 CATL 배터리가 탑재된 중국 광저우기차의 '아이온S'에서 올해 5월과 8월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전기차 배터리를 '제2의 반도체'로 보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배터리산업 육성은 한국판 뉴딜의 주요 과제로도 올라 있다. 그러나 화재 원인에 대한 책임소재에 따라 막대한 리콜 비용을 배터리 업체들이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더 큰 문제는 전기차가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하면 판매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전기차시장 확대와 배터리 판매량 증대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리콜 이슈를 우려하는 투자자들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일단 배터리사들은 화재 원인이 배터리 셀 불량이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특히 LG화학은 지난달 8일 국토교통부가 코나EV 전기차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 셀 불량 가능성을 지목하자 "재연 실험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원인이 배터리 셀 불량이라 할 수 없다. 국토부가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했다"고 반박한 바 있다.

한 배터리 회사 관계자는 "전기차에서의 화재 발생 비율이 내연기관차의 화재 발생 비율과 비교해 특별히 높다고 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이어 "전기차가 많이 팔리면서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일종의 통과의례로 봐야 할 것"이라며 "전기차 시장 선도를 위해 화재 원인과 안전성을 계속 검증해 소비자 신뢰를 키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