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단체 "집회별 참가인원 99명으로 제한… 광화문 등 피할 것"
방역당국·野 이어 丁 총리도 코로나 재확산 우려

진보성향 단체들이 오는 14일 전국 곳곳에서 총 10만명이 모이는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집회가 예정대로 치러질 경우 다시 한번 심각한 ‘방역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노총 등 진보단체들은 14일 서울시내 30곳을 포함한 전국 40여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전국민중대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진보단체들은 앞서 9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총 10만명이 참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민주노총·전농 등 민중 진보단체 관계자들이 민중생존권 보장과 사회불평등 해소, 한반도 평화실현,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2020 전국민중대회’ 선포 기자회견에서 민중고를 울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민중대회는 오는 14일 전국 13개 지역에서 동시다발 집회로 개최된다.

하루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지난 8일부터 6일 연속 세자릿수를 기록했다. 13일 코로나 확진자는 전날(143명)보다 48명 늘어난 191명에 달했다. 지난 9월 4일 198명을 기록한 이후 70일만에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코로나가 다시 빠르게 확산하는 상황이지만, 경찰은 진보단체들의 집회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주최 측이 정부의 ‘100인 이상 집회금지’ 방역수칙을 고려해 각 집회 참가인원을 99명으로 제한하고 광화문 일대 등 집회금지구역은 피하겠다고 알렸다는 이유에서다.

야당을 포함한 정치권에서는 진보단체들의 집회를 허용한 정부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소셜미디어(SNS)인 페이스북에 "지금은 10명 이상의 집회를 금지하고 서울을 이중삼중 봉쇄했던 개천절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며 "대상에 따라 집회 허가 결정이 오락가락하면 도대체 어떤 국민이 방역대책을 믿고 따르겠느냐"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김기현 의원도 "광복절·개천절 집회 주최자를 ‘살인자’라고 공개적으로 맹비난했던 청와대가 내일 집회 주최 측에도 같은 말을 할지 궁금하다"면서 "현 정권의 이중잣대, 내로남불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권력의 끈이 떨어지고 나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는지 걱정"이라는 글을 올렸다.

경찰은 앞서 지난달 3일 개천절에 코로나 확산을 우려해 보수성향 단체들이 신고한 집회들을 대부분 불허한 바 있다. 집회 예정일 하루 전부터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 경찰 버스 500대와 철제 바리케이드 1만여개를 설치했다. 집회 당일에는 경찰 인력 1만2000명을 동원해 일대를 완전히 봉쇄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최근 코로나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14일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한 단체들에 집회를 재고하거나 최소화해 달라고 호소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중대본 정례브리핑에서 "집회의 자유는 핵심적인 기본권으로 충분히 보장되어야 하지만, 방역은 모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인 만큼 집회와 관련한 행정조치에 협조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방역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라며 "여러 지역에서 감염이 발생한 상황에서 동시다발적 집회는 대규모 확산의 도화선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각 단체들은 국민 생명과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지금이라도 집회를 재고할 것을 요청한다"며 "경찰청과 해당 지자체는 집회 현장에서 방역지침 위반 사례가 없도록 엄정하게 관리·대응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