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베이니아州 집배원 "개표 때 부정 행위 있었다"
트럼프 지지층 힘입어 후원 계좌 열기도
WP "홉킨스, 본인 입으로 거짓 시인" 논란 증폭
홉킨스 "진술 바꾸도록 강요 받은 것" 맞불

미국 대선 이후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 승리를 자축하고 있는 조 바이든 당선인도, 불복을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아니다. 바로 집배원 리처드 홉킨스(32)다.

홉킨스는 지난 5일(현지 시각) 펜실베이니아주(州)에서 벌어진 부정 행위를 폭로하며 선거 조작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의 주장의 진위 여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미국 내 우파 지지자들은 그를 '영웅'이라 부르며 치켜세우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부정 선거 정황을 폭로한 리처드 홉킨스.

홉킨스는 극우 대안매체 프로젝트베리타스와 인터뷰에서 이리 카운티 우체국 국장이 직원들에게 '대선일인 3일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도 3일치로 분류하라'고 지시하는 내용을 들었다고 밝혀 일약 스타가 됐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선거일인 3일이나 그 이전날 소인이 찍힌 투표 용지가 6일까지 선거관리소에 도착해야 유효표로 인정된다. 홉킨스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6일 이후 도착한 무효표가 개표에 반영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홉킨스의 인터뷰는 트럼프 대통령 측에 힘을 실어줬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민주당이 선거를 훔쳤다'고 주장하면서도 그동안 별다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네바다주에서 비슷한 폭로를 한 선거관리소 직원이 있긴 했지만 신원을 공개하지 않은 데다가 목소리까지 변조해 가짜라는 비난만 받았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 측은 홉킨스의 인터뷰를 적극 활용했다.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법무부에 관련 수사를 요청하는 서한에서 그의 발언을 인용했고, 트럼프 대통령 선거진영은 펜실베이니아주에 소송을 걸며 그의 주장을 근거로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곧 대선 결과가 뒤집힐 것이란 기대에 부풀었다. 소셜미디어에는 연일 홉킨스를 찬양하는 글이 올라왔고, 이를 바탕으로 각 지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임을 요구하는 집회가 추진됐다.

급기야는 홉킨스가 후원 계좌를 열기에 이르렀다. 홉킨스는 크라우드펀딩 웹사이트 고펀드미에 페이지를 개설하고 "직장에서 부당하게 해고되거나 알아서 물러나라고 압력을 받을지도 모른다"며 "여러분의 기부금은 안전한 곳에서 새 출발을 하고 정착할 때까지 아이들을 양육하는 데 쓰겠다"고 설명글을 달았다. 이 계좌에는 10일까지 13만6000달러(약 1억5000만원)가 모였다.

하지만 홉킨스가 미 연방우체국(USPS) 내부 감사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시인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상황은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홉킨스가 자신이 제기한 부정 투표 의혹은 꾸며낸 것이라고 털어놨다"며 "그는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겠다는 진술서에 서명까지 했다"고 전했다.

문제의 발언을 한 것으로 지목된 롭 와이센바흐 이리 카운티 우체국장도 트위터를 통해 "홉킨스의 말은 100% 허위"라며 그가 여러번 징계를 받은 데에 앙심을 품고 이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회는 이후 USPS 감사실에 직접 확인했다며 "펜실베이니아주의 내부고발자가 자신의 주장을 완전히 철회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측이 WP 보도를 사실상 인정하면서 여론은 더욱 술렁였다. 트럼프 대통령 선거진영의 팀 머토 대변인은 "홉킨스가 공개적으로 그런 주장을 펼친 뒤 어떤 압박을 받아왔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며 "홉킨스의 주장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진행될 소송의 일부 조각에 불과하다"고 했다. 홉킨스가 진술을 번복한 건 맞지만 그래도 소송은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홉킨스는 즉각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 조사관의 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진술서에 서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프로젝트베리타스와도 다시 인터뷰를 잡고 "조사관이 진술서에 서명하도록 강요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조사관과 대화 내용도 공개했다. 녹음 파일에는 "나는 당신과 같은 군인 출신이자 친구로서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고, 지금 명확한 답을 얻기 위해 당신에게 일부러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조사관의 목소리가 담겼다.

홉킨스는 조사관의 말에 "알았다"며 "트럼프 대통령 측과도 이야기를 나눴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당국이 당신을 도와줄 것으로 보는가'라고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솔직히 말하면 그럴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만큼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홉킨스가 WP나 USP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은 들려오고 있지 않다. 고펀드미 페이지는 WP 보도 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WP 보도를 언급하며 "홉킨스의 말이 진짜"라고 썼다. 지지자들을 향해서는 "진실을 수호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