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부 보니… 8억에 사들인 삼청동 건물, 9억 받고 자신이 주지·대표인 선원에 팔아
본지 해명 요청에 스님 측 "더 드릴 말씀 없다"

2016년 3월 2일 서울도서관에서 혜민스님이 책을 펼쳐 들고 있다.

혜민(47) 스님이 약 2년 반 전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서울 삼청동 건물(단독주택)을 불교단체에 9억원에 매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이 단체의 대표자 이름이 혜민 스님의 속명(俗名)과 같아서 혜민 스님이 여전히 이 건물의 실소유주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혜민 스님은 올해 초 불거진 ‘건물주 루머’에 대해 "저 건물주 아니고 세 들어 살고 있다. 임대료 때문에 걱정이다"고 했었다.

13일 혜민 스님이 거주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건물의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지난 2015년 8월 미국인 주봉석씨는 조모(59)씨로부터 이 건물을 사들였다. 주봉석은 혜민 스님의 속명(본명)이다. 혜민 스님은 대전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이민을 떠나 현재 미국 국적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이 매매는 8억원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난다.

혜민 스님은 이어 2018년 3월 대한불교조계종 고담선원이라는 단체에 이 건물을 팔았다. 고담선원은 ‘주란봉석’이란 대표자가 운영하는 사찰로 혜민 스님이 주지 스님으로 있다. 혜민 스님의 미국 이름이 라이언(Ryan)이어서 ‘주란봉석’이란 명칭을 쓴 것으로 보인다. 혜민 스님이 매도한 가격은 9억원이다. 1억원의 시세 차익을 본 셈이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혜민 스님이 살고 있는 이 집은 대지 면적 108.7㎡(약 33평), 연면적 125.44㎡(약 38평)의 지하 1층, 지상 2층 단독주택이다.

혜민 스님은 지난 3월 SNS에서 "건강과 평온이 함께하길 기원한다"는 글을 올렸다가 ‘건물주나 되니 마음이 평온하시겠지’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혜민 스님은 "나는 건물주가 아니다"라면서 "(현재) 세들어 살고 있다. 저희도 많이 힘들다"고 했다.

최근에는 혜민 스님이 한 방송에 출연해 공개한 집이 화제가 됐다. 혜민 스님이 쓴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이 영상에서는 남산타워가 보이는 도심 속 집에서 혜민 스님이 사는 모습이 나와 주목을 받았다.

조선비즈는 수 차례 혜민 스님 측에 전화, 이메일 등으로 관련 해명을 요청했으나 "담당자에게 전달했다" "더 드릴 말씀이 없다" 등의 답변만 받고 건물주 논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