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이후 신규로 받는 대출부터… 기존 대출 만기연장은 제외
신용대출 1억원 넘는 사람, 1년 내 규제지역 집사면 초과분 회수

앞으로 연소득 8000만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가 1억원을 초과해 신용대출을 받을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받게 된다. 지금은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아야 DSR 규제가 시작된다.

또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 차주가 1년 내 규제지역 내 주택을 구입하면 1억원 초과 대출건은 회수된다. 예를 들어 5000만원의 대출이 있는 사람이 추가로 6000만원을 빌려 1년 내 규제지역 내 집을 사면 나중에 받은 6000만원은 갚아야 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3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이세훈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서민층 생활자금 수요에 기인한 부채증가는 불가피하지만, 신용대출의 부동산시장 유입 가능성은 위험 요소"라며 "10월중 가계대출 증가율이 7%를 넘어선 만큼, 신용대출 급증이 향후 잠재위험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현시점에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당국에 따르면, 가계신용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4.1%에서 올해 2분기 5.2%로 확대됐다. 월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5~7%대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반면, 신용대출은 지난 4월 13.2%부터 10월 16.6%까지 두자릿수 증가율을 수개월째 유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먼저 오는 30일부터 차주단위 DSR 적용 대상을 고소득자 고액 신용대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DSR은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 계산한다. 지금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주담대를 실행하는 시점부터 기존 신용대출까지 포함해 은행 40%, 비은행 40%로 DSR이 적용된다. 그러나 앞으로는 연소득 8000만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가 주담대 없이 1억원을 초과해 신용대출을 빌려도 DSR 계산이 시작된다.

DSR에서 신용대출은 10년 분할 상환으로 간주한다. 예를 들어 연봉 8000만원 직장인이 연 2.0% 금리로 1억2000만원의 신용대출을 받았다고 가정했을 때, 이 사람이 1년간 갚아야 하는 돈은 이자 240만원을 포함해 약 1325만원이다. 이 경우 DSR은 17%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가 없다면 이번 규제 이후에도 신용대출을 빌릴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지금까지는 규제지역이 아니면 총부채상환비율(DTI)을 60%까지 받고 신용대출까지 더해 집을 살 수 있었지만, 향후 이같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매매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규제지역에서 9억원 이하 주택을 사는 것도 DSR 비율을 따지게 된다.

이번 조치는 기존 신용대출에는 적용되지 않고, 오는 30일 이후 신규 계약하는 신용대출부터 적용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존 신용대출의 만기가 끝나 연장하는 경우 역시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시장으로 신용대출이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누적 1억원을 초과하는 고액 신용대출의 사후 용도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오는 30일 이후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을 초과할 경우, 차주가 1년 내 규제지역에 위치한 주택을 구입하면 해당 신용대출을 회수하는 것이다.

은행 등 기관에 적용하는 고(高)DSR 대출비중 관리 기준도 낮아진다. 지금은 시중은행의 경우 DSR 70%와 90%를 초과하는 대출 비중이 전체 가계대출에서 각각 15%, 10%를 넘지 말아야 하는데, 앞으로 시중은행은 이 비중을 5%, 3%로 낮춰야 한다. 지방은행도 기존 30%, 25%에서 15%, 10%로 낮아지고, 특수은행도 25%, 20%에서 각각 10%포인트씩 낮아진다. 금융당국은 내년 1분기말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또 금융당국은 은행이 자체적으로 신용대출 취급 관리 목표를 세우고 준수하는지를 매월 점검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오는 16일부터 목표를 세워야 하며, 신용대출이 급증하기 이전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 국장은 "정확한 숫자를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신용대출 급증 이전 은행권의 월간 신용대출 증가액은 2조원 안팎이었다"며 "연말까지는 가급적 그정도 수준으로 관리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연소득 2배를 초과하는 신용대출을 취급하는지는 상시 점검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당장 이같은 제도를 통해 신용대출 안정화에 나서는 한편, 금융당국은 내년 1분기까지 DSR 강화를 중심으로 하는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행 금융기관별 DSR을 차주단위 DSR로 단계적 전환하고, 현행 주담대 취급시 적용 중인 DTI도 DSR로 대체하는 것이 골자다.

또 차주의 실제 상환능력이 반영될 수 있도록 DSR 산정방식을 합리화하기로 했다. 미래 소득창출 가능성이 높은 청년층에 대해 미래예상소득을 추가적으로 감안하고, 소득 파악이 어려운 차주의 소득을 추정하기 위한 보조지표·대안 등을 개발하는 것이다. 은행권이 코로나19를 원활히 지원하기 위해 내년까지 유예해줬던 예대율 규제도 정상화 시기를 검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