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불합리한 차별' 진정 기각
6월엔 서울시·경기도엔 "외국인도 지급하라" 권고
"중앙정부 재량권 있어…지자체와 달라"
국가인권위원회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도 정부가 올해 전국민에게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해 달라는 진정을 최근 기각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이날 인권위로부터 제출받은 답변서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 9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앞으로 제기된 진정을 기각하기로 의결했다. 인권위는 지난 5월 '정부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F2(장기 체류) 비자 소유자들에게 지급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진정이 제기돼 조사에 착수했다.
인권위는 답변서에서 "지방자치법상 외국인 주민에게도 균등한 행정 혜택을 보장해야 할 지방자치단체와 달리 중앙정부의 행정과 관련해서는 외국인이 내국인과 동일한 혜택을 주장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았다"고 했다. 지방자치법 제12조·제13조에 따르면 외국인 주민도 지자체 주민으로서 지자체의 재산과 공공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또 "긴급재난지원금 사업이 1회성이며 정부의 시혜적 정책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여 사업 시행 주체에게 폭넓은 재량권이 있다"며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 대상을 정하는 것은 정부의 재량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판단해 기각하기로 했다"고 했다.
인권위의 이번 결정은 지난 6월 서울시와 경기도에 "외국인 주민에게도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한 것과 상반된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지난 3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정책을 발표했으나, 당시 외국인 주민들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인권위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외국인 주민이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정책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서울시는 이를 수용했지만, 경기도는 재정부담 가중 등을 이유로 지원이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인권위는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 난민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인권위는 강 의원실에 "난민법 및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등에서 내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난민을 포함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대상 외국인을 현재보다 더 넓은 범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