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 가격, 올해 최저점 대비 50% 상승
중국 車 판매 증가하며 타이어 수요 늘어난 영향
동남아 라텍스 공장 풀가동해도 수요 못 따라가
라텍스 원료로 하는 고무줄·풍선·콘돔 가격 오를듯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고무 생산·유통사 핼시온 애그리(Halcyon Agri)는 올해 초 코로나 여파로 폐쇄했던 공장을 최근 다시 풀가동하기 시작했다. 중국으로부터 주문이 급증한 영향이다. 이 회사의 설립자인 앤드류 트레바트는 "큰 고비를 넘겼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자동차 판매가 증가하면서 타이어의 원료인 천연 고무 수요가 급증, 가격이 뛰고 있다. 머지 않아 고무나무에서 채취 하는 라텍스로 만드는 고무줄, 풍선, 콘돔 가격도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1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시아 3대 상품 거래 시장인 싱가포르에서 고무 선물은 전날 기준 킬로그램당 1.51달러를 기록했다. 앞서 4월 1일 기록한 올해 최저가 1.03달러에서 50%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중국에서 자동차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타이어 수요가 늘자, 국제 상품시장에서 고무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고무는 코로나 확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급락한 원자재 중 하나다. 자동차 타이어를 만들 때 가장 많이 소비되는데, 세계 각국이 코로나 여파로 생산을 멈췄기 때문이다. 천연 고무의 대체품인 합성 고무 가격도 국제유가 하락 여파로 떨어졌다. 합성 고무는 석유 부산물로 만들어진다.

공급도 원활하지 않았다. 태국과 말레이시아에서 고무를 생산하던 이주 노동자들이 국경 봉쇄 여파로 자국에 발이 묶였다. 주요 생산지에 발생한 열대성 폭풍으로 고무 나무는 쓰러졌고 나무를 생산 시설로 옮기는 데 쓰이던 도로 마저 침수됐다.

그러나 중국이 지난 7월부터 자동차 생산을 재개하면서 고무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세계 천연 고무 수요량의 5분의 2를 소비하며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한다. 올해 1~10월 수입량은 450만톤으로 지난해보다 58만7000톤 증가했다.

코로나로 억눌렸던 자동차 수요는 최근 회복되기 시작했다. 중국 자동차 판매는 10월 기준 지난해보다 13% 늘었다. 미국 오하이오에 본사를 둔 타이오 제조사 굿이어 타이어앤러버(Goodyear Tire & Rubber)는 미국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경량 트럭 판매가 늘면서 공장을 100% 가동했다고 밝혔다.

태국 남부에 있는 라텍스 생산회사 파탈룽 파라텍스는 공장을 주 7일, 하루 16시간 돌리고 있다. 코로나 이전보다 생산량을 두 배로 늘렸지만 여전히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의 이안 시어러 고문은 "우리 사업은 지금 호황"이라고 말했다.

고무로 만들어지는 의료용 장갑 수요도 급증했다. 말레이시아의 최대 장갑 생산회사 탑 글러브(Top Glove)는 천연 고무 장갑의 6~8월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7% 늘었다고 밝혔다. 합성 고무 장갑 판매도 31% 늘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라텍스로 만들어지는 고무줄, 풍선, 콘돔 가격도 조만간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라텍스 가격은 10월 한달 간 50% 이상 올랐다.

세계 최대 콘돔회사인 말레이시아 카렉스의 자회사 글로벌 프로텍션의 대빈 웨델 사장은 "콘돔 가격은 아주 오랫동안 고정된 수준에서 유지 돼 왔다"며 "(라텍스) 비용은 분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