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는 의약품 제조에 대한 자국내(domestic) 투자 물결로 이어질 것입니다."
마틴 미슨 후지필름 다이오신스 바이오테크놀로지스 대표는 최근 외신에서 이같이 밝혔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전 세계에 무역 장벽이 높아지고, 필수·원료의약품의 자국민 우선주의가 제약바이오산업의 국내 투자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런 각자도생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의약품 공급 불안에서 무풍지대가 아니다. 국내 완제 의약품 자급률은 지난해 기준 78%에 달했지만, 원료 의약품 자급률은 26.4%에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원료 의약품 대량 생산이 가능한 중국·인도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다보니 완제 의약품 개발 역량이 있어도 원료 의약품 생산 규모는 크지 않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반면 지난해 기준 원료 의약품 수입 규모는 중국산의 경우 7억4074만달러(약 8417억원), 인도산은 2억1621만달러(약 2457억원)에 달했다. 국내 수입 원료 의약품의 35%와 10% 이상을 중국과 인도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가 최근 국정감사에서 지적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원료 의약품 공급선 다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업계·학계 전문가와 협의해 국내 원료 의약품 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관리체계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자급률도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다. 감염병이나 대테러 상황에서 해외 수입 절차 없이 국내에서 제조 가능한 예방백신은 39%에 그치고 있다. 정기예방접종 19종, 기타예방접종 4종, 대테러·대유행 대비 5종 등 28종의 주요백신 가운데 11종만 순수하게 자급자족이 가능한 셈이다. 백신의 경우 합성의약품에 비해 개발·생산이 어렵고, 상대적으로 많은 투자가 요구되기 때문에 자체 개발 백신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부는 신종 감염병과 필수예방접종 백신의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까지 전 주기를 지원하는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을 추진, 오는 2029년까지 2151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56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공동 출자한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도 지난 8월 본격 출범했다. KIMCo는 개별 기업이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감염병 치료제·백신의 연구개발과 생산, 혁신의약품 개발 등을 위한 한국형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이다.
KIMCo는 우선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치료제·백신 생산장비 구축지원 사업단 선정' 협약을 체결하고, 코로나19 치료제·백신의 생산설비, 장비 구축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감염병 위협으로 세계적인 의약품·백신 공급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제약바이오산업 자국화에 나서야 한다"며 "이번에 출범한 KIMCo를 비롯해 산업계가 자급률 확대에 적극 나서고, 정부도 장기적으로 이를 지원한다면 국가 경쟁력을 확보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