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2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본격적인 약(弱)달러 시대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 시기 적합한 투자처로 금 자산과 신흥국 주식이 제시되고 있다.
지난 9일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6.5원 내린 1113.9원에 마감, 지난해 1월 31일(1112.7원) 이후 2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1200원선을 상회하면 '강(强)달러', 1100원선을 하회하면 '약달러'로 구분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환율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서 늦어도 내년에는 원·달러 환율이 1100원선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대선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있고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재정지출을 확대하면서 내년까지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9일(현지 시각) 미국 대형 제약사 화이자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이 코로나 예방에 90% 효과가 있다고 발표하면서 일각에서는 경기 회복 기대감에 달러가 강세로 전환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코로나 백신 개발로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 미국 정부의 재정확대 규모도 줄면서 달러 약세 현상도 주춤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백신이 개발돼도 상용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바이든 정부의 재정확대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화 강세가 가파르게 진행됐기 때문에 속도 조절은 나타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달러 약세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백신 개발이 되더라도 여전히 고용 불안, 소비 악화 등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약달러 시대에 주목할 만한 투자처로는 안정자산이면서도 달러와 반대 흐름으로 움직이는 금이 대표적이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달러 약세가 나타나면 금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미국 추가 경기 부양책이 나온다면 금 가격은 내년에 2200달러선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9일 기준 국제 금 가격은 온스 당 1853.20달러를 기록했다.
그는 다만 코로나 백신 개발이 앞당겨 지면서 예상보다 경기 회복이 빠르게 이뤄지면 위험자산 선호가 강해지면서 금 가격 상승이 둔화될 수도 있다며 "틈틈이 발표되는 경제지표 결과에 따라 금 가격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흥국 주식과 채권도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016360)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코로나가 진정되고 미국이 재정을 확대하면 달러 약세는 지속될 것이고 미국보다는 그동안 눌려있었던 신흥국에 자금이 몰리게 될 것"이라며 "내년으로 갈수록 금리 상승 압박이 있기 때문에 채권보다는 주식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신흥국 중에서도 시기별로 접근해야할 지역이 나뉜다. 브라질과 러시아 등 원자재 생산국은 경기가 회복되고 환율 강세에 힘입어 단기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 팀장은 중국을 비롯한 해외 교역이 활발한 아시아 국가들의 주식시장이 장기 전망이 좋을 것으로 예상했다.
달러 약세가 일시적일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오히려 지금 이 시기에 달러로 환전해 미국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지연 마포WM센터 부지점장은 "경기 부양으로 미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면 주식시장도 되살아날 것"이라며 "지금처럼 달러 가치가 떨어지는 시기에 환전을 해뒀다가 미국 주식을 사두는 것도 투자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