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인가구 수 617만… 100명 중 12명이 1인가구
혼자 사는 이유는 "그저 편해서, 직장 때문에..."

우리나라 1인 가구는 노후를 위해 매달 123만원의 저축·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월 74만원만 모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이 적을수록 이상적인 저축액과 실제 저축액 간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국내 만 25~59세 1인 가구 2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8일 발간한 ‘2020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이 예상하는 은퇴 나이는 평균 62세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연 소득 1200만~2400만원인 가구는 은퇴에 대비해 매달 27만원을 저축·투자하고 있다고 답했다. 은퇴 이후 필요하다고 답한 액수(93만원) 대비 29% 수준이다.

소득이 늘어날수록 괴리는 조금씩 줄었다. 연 소득 3600만~4800만원 가구는 매달 필요액(136만원)의 63%(86만원)를 모았고, 연 소득 4800만원 이상인 가구는 필요액(170만원)의 75%(127만원)를 매달 저축·투자했다. 전체 평균으로 보면 저축액(74만원)이 필요액(123만원) 대비 60% 정도에 그쳤다. 연구소는 "‘노후 불안’에 대한 그림자가 연소득 2400만원 이하 1인 가구에 더 강하게 드리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픽=송윤혜

◇열에 아홉은 "혼밥·혼술 편해"

"하루에 두 끼 정도는 혼자 먹고 '혼술'(혼자 술 마시기)도 익숙하다. 아파트보다 16~33㎡(5~10평) 정도 되는 풀옵션 원룸을 선호한다. 집을 사고 싶지만, 부모 도움을 받아 무리하게 집을 사기보다는 내가 번 돈으로 전·월세를 산다. 최적 거주지는 학교나 직장과 가까운 동네다. 약간 외롭긴 하지만 자유로운 생활과 혼자만의 시간이 주는 즐거움 덕분에 지금의 삶에 상당히 만족한다. 결혼 계획은 없다."

연구소가 조사한 올해 우리나라 1인 가구 생활방식을 종합한 결과다. 2005년 317만 가구(전체 인구의 20%)였던 한국의 1인 가구는 2020년 617만 가구(30.3%)으로 크게 늘었다. 과거엔 1인 가구 중에 배우자와 사별(死別)한 고령층이 많았던 반면, 최근 들어서는 20대 이하 경제활동 인구가 대거 1인 가구로 새로 진입할 정도로 젊어진 것이 특징이다.

설문에 참여한 1인 가구들은 혼자 살게 된 가장 큰 이유에 대해 '그저 혼자가 편해서'(36.6%), '학교·직장 문제'(23.1%)를 꼽았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4%는 다가구 단독주택이나 다세대 주택, 일반단독, 영업겸용 단독주택 같은 곳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유형태 별로 보면 월세가 약 40%, 전세가 32%를 기록했다. 전체 가구 가운데 자가 소유율이 60%를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1인 가구에서는 유난히 월세 거주자가 많았다.

그래픽=송윤혜

이들 중 상당수는 '홀로 활동하는 것에 익숙하다'고 답했다. 특히 혼자 식사하는 일은 10명 중 9명 가까이 ‘익숙하다’고 답했다. 혼자 쇼핑하거나 혼자 운동하는 일도 열에 아홉은 편하게 느낀다고 답했다.

◇"코로나는 기회"… 현금 찾아 주식하는 젊은 1인 가구 늘어

이들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상당히 보수적으로 자산을 굴렸지만, 올해 들어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비중을 늘렸다. 예·적금에 집중하는 대신 주식·펀드에 새로 투자하거나, 일부는 공모주와 해외주식에 관심을 보였다.

올해 1인 가구 자산 비중을 보면 입출금·현금(MMF·CMA 포함)이 약 25%, 예·적금이 47%, 투자자산이 2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지난해 예 ·적금 비중이 60%를 넘어선 점을 감안하면, 다수가 저축해놓은 자산을 찾아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며 "20~30대 1인 가구 사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시장 변화를 자산 증식 기회로 생각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송윤혜

보고서는 1인 가구 증가세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2017년 전체 인구 가운데 11% 수준이던 1인 가구 비중은 2045년 16.8%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서울·경기 등 9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미 30%를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