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관광 비행이 인기인가 봅니다. 경비행기 타러 오는 사람들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네요."
최근 경비행기를 타고 국내 상공을 한 바퀴 도는 체험 비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 2~3인용 경비행기를 타고 바다와 산 위를 비행하며 자연 풍광을 구경하는 일종의 관광 상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끊겼던 발길이 최근 다시 늘고 있다고 한다. 업계에선 항공사들의 '목적지 없는 비행'이 인기를 끌면서 경비행기를 찾는 고객도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전남 담양의 경비행기 업체 에어로마스터 박문주 대표도 최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박 대표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답답한 마음에 비행기를 타러 오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며 "주말에는 특히 점심시간을 빼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틈이 없을 정도로 바빠졌다"고 말했다. 최근 이용객이 얼마나 늘었는지 따로 집계해보지 않았지만, 지난해 수준까지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박 대표는 전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는 비행장을 찾는 인원이 사실상 전무했다고 한다.
박 대표의 비행장엔 시간대별(15분, 30분)로 2가지 체험 비행 코스가 준비돼 있다. 죽녹원과 담양호 상공을 비행하는 코스, 순창 또는 내장산을 투어하는 코스 등이다. 모든 체험 비행은 박 대표 등 전문 파일럿이 직접 조종한다. 일부 구간에선 탑승객이 직접 조종간을 잡고 비행기 조종을 체험할 수 있다고 한다.
박 대표는 "항공사들의 '목적지 없는 비행' 관광 상품을 보고 관심을 갖고 온 고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이 잇따라 운휴 여객기를 활용해 국내 상공을 일주하는 비행 상품을 내놓고 있는데, 자연스레 경비행기 체험 비행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는 것이다.
경비행기 체험 비행과 항공사들의 '목적지 없는 비행'의 가장 큰 차이점은 비행 고도다. 경비행기는 훨씬 낮은 고도에서 비행할 수 있다. 법적으로 4인 이하의 경비행기는 최저 500피트(152m)까지 내려갈 수 있다. 저공비행을 통해 여러 관광 명소를 하늘에서 더 가까이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박 대표는 "파일럿과 함께 비행하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곳으로 구석구석 비행할 수 있다는 점도 경비행기 체험 비행의 장점"이라고 귀띔했다.
경기도 화성의 하늘누리항공 비행장도 경비행기 체험 비행을 찾는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매주 20팀 가까이 비행장을 찾고 있다고 한다. 이진욱 하늘누리항공 대표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면서 이용객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9월과 10월 매출을 단순 비교해도 한 달 사이 2.5배 이상 늘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경비행기 업체들은 코로나19에 따라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렸다고 한다. 대부분 여행사를 통해 예약을 받는데, 여행업계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비행장을 찾는 발길도 뚝 끊겼다고 한다. 그렇다고 비행장 문을 닫을 수도 없다. 가끔 개인 소유 경비행기를 타기 위해 활주로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있어 비행장을 열 수밖에 없다고 한다.
다행히 최근 다시 비행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비행장도 활기를 되찾았다.특히 휴직 중인 항공사 조종사들도 비행장을 찾는다고 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국제선 항공편이 급감하면서 대형 항공기 조종사 상당수가 무급 휴직 상태다. "수개월 넘게 비행을 못 하니 답답한 마음에 경비행기라도 타러 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이례적인 모습입니다." 이 대표의 얘기다.
단순 비행 체험을 넘어 경비행기 조종사 국가자격증에 도전하는 교육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하늘누리항공에는 교육생 50명이 현재 자격증 취득을 위해 교육받고 있다. 대한스포츠항공협회에 따르면 국내 경비행기 체험을 할 수 있는 비행장은 전국에 총 16곳이다. 이 가운데 14곳에서 전문 강사의 교육 하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만 17세 이상이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