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 컨테이너선 운임지수(SCFI)가 지난 6일 기준 1664.56을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15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일주일만에 또다시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SCFI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 4월 818.16 저점을 기록한 뒤 반년 만에 2배가 됐다. 한때는 선박 감소로 운임이 올랐지만, 지금은 미국과 중국을 잇는 노선을 중심으로 물동량 자체가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수출기업들의 운임 부담은 커졌다. 운임 상승과 선박 부족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화주(貨主)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선주협회가 나서서 국적 선사에 운송계약을 준수해달라고 당부까지 하는 상황이다.

지난 5일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9일 상하이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물동량이 많은 미국 노선의 운임 상승 폭이 컸다. 아시아~미국 서안 노선의 운임은 6일 기준 FEU(12m 컨테이너 1개)당 3871달러다. 지난 9월부터 두달 넘게 사상 최고치인 3850달러 안팎의 운임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월 평균 1550달러와 비교해 148.4% 뛰었다.

아시아~미국 동안 노선의 운임도 같은날 FEU당 466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9월부터 평균 4600달러 수준으로 올해 초 평균 2930달러보다 57% 늘었다.

그동안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운임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선박량 감소를 꼽았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컨테이너선 업계는 운항하지 않는 계류 선박을 지난 1월 127만TEU에서 5월 272만TEU까지 늘렸다.

그러나 8월 이후로는 꼭 그렇지는 않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8월 계류 선박은 120만TEU까지 줄어 연초 수준을 회복했다. 다시 배를 띄웠는데도 아시아~미국 노선 운임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결국 수요가 공급을 웃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셧다운까지 경험하며 코로나19 여파로 멈췄던 물동량이 7월부터 반등했고, 재고를 축적하기 위한 수요도 그만큼 커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연말 성수기까지 겹쳤다.

수출업체들은 당장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중소업체 사장들을 중심으로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배를 못 구해 망할 지경"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한진해운을 파산시킨 정부 실책도 다시 거론됐다.

화살은 HMM(옛 현대상선)으로 향했다. 국적선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자 HMM은 지난 8월과 9월 각 1척의 컨테이너선을 부산~미국 LA항 노선에 임시 투입했다. 지난달 31일에는 'HMM 프레스티지호'와 'HMM 인테그랄호'를 2척을 띄웠다.

그러나 HMM의 임시 투입은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기적인 선박 추가 투입만으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시아~미국 노선에서 국적 해운선사의 점유율이 7.9% 수준에 불과한 만큼 언제든지 운임 강세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컨테이너선이 실을 수 있는 화물량 대비 앞으로 만들어질 컨테이너선 비율이 역대 최저 수준인 점도 골치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선복량 대비 수주잔고비율은 8%에 못 미친다. 이마저도 1만5000TEU 크기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수주잔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미주 노선보다 유럽 노선으로 투입될 전망이다.

이런 조건 탓에 현재의 운임 강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뒤집어 보면 수출업체들의 어려움도 길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해운사 간 M&A(인수합병)가 정리되면서 과거보다 경쟁하는 강도가 약해졌다"며 "이에 올해 상반기 코로나19가 유행하자 업계가 노선을 축소해 운임을 방어했고, 반대로 물동량이 다시 늘어나자 운임을 높은 가격으로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해운사들의 시장 지배력이 커진 것"이라며 "코로나19 영향으로 내년 수요 증가폭은 제한될 수 있지만 해운사들이 시장을 계속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컨테이너선 수요·공급 균형이 3년 만에 수요 우위로 전환될 전망"이라며 "코로나19 추이를 봐야겠지만 운임 강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