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을 차량으로 치어 숨지게 한 음주 운전자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반면 동승자는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며 사실상 혐의를 부인했다.

5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동승자 B(오른쪽)씨가 법원을 나서고 있다. 왼쪽은 음주 운전자 A씨가 지난 9월 1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 중부경찰서를 나서는 모습.

5일 인천지법 형사3단독 김지희 판사 심리로 열린 두 사람의 첫 재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및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구속기소 된 A(34·여)씨는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는 판사의 물음에 "네"라고 답했다.

그러나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 및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교사 혐의로 함께 불구속기소 된 동승자 B(47·남)씨는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B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피해자와 유족에게 큰 죄책감을 느끼고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당시 조개구이집에서 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A씨가 뒤늦게 합류한 뒤 테라스가 있는 호텔에서 술을 마신 기억은 있지만 (사고와 관련한) 중요한 순간은 피고인의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윤창호법의 공범이 될 수 있는지 법률적으로 매우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음주운전 방조는 인정하지만 A씨가 어느 정도 술을 마셨는지 피고인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음주운전 교사죄를 적용하기에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A씨는 지난달 6일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진 이후 최근까지 구치소에서 9차례 반성문을 작성해 법원에 제출했지만 B씨는 반성문을 한 차례도 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9월 9일 0시 55분쯤 인천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도로에서 술에 취해 벤츠 승용차를 400m가량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치킨을 배달하러 가던 C(54·남)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사고 당시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94%로 면허취소 수치(0.08%)를 훨씬 넘은 상태에서 시속 60km 제한속도를 초과해 차량을 몰다 중앙선을 침범하기도 했다.

B씨는 사고가 나기 전 A씨에게 자신의 회사 법인 소유인 벤츠 차량의 문을 열어주는 등 사실상 음주운전을 시킨 혐의를 받았다. 조사 결과 A씨는 사고 직전 "대리기사가 찾아오기 쉬운 장소까지 이동하자"는 B씨의 말에 벤츠 차량을 운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검찰은 B씨가 A씨의 음주운전을 단순히 방조한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부추긴 것으로 판단하고 둘 모두에게 이른바 ‘윤창호법’을 적용했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내면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 특가법과 운전면허 정지·취소 기준 등을 강화한 개정 도로교통법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