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차 시장이 올해 처음으로 연간 10만대 규모를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 선호도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로 넘어가고 있는데다, 경차 선택지가 기아자동차 모닝과 레이, 한국GM 스파크 뿐이어서 해마다 경차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기아차는 지난 5월 모닝 부분변경 모델을 내놨는데, 신차효과는 커녕 판매량이 오히려 감소하는 상황이다.

기아자동차 모닝 어반.

5일 각 자동차회사 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0월 경차 판매량은 7만9600대로 전년 동기(9만4200대) 대비 15.5% 감소했다. 세 차종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줄었다. 차종별로 살펴보면 올해 1~10월 모닝은 3만2800대, 레이 2만3100대, 스파크 2만3600대로 각각 전년 대비 20.7%, 5.3%, 16.9% 줄었다.

모닝은 지난 5월 부분변경 모델 '모닝 어반'이 출시됐지만 신차 효과를 보지 못하고 오히려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다. 1~4월 월 평균 3000여대 수준이었던 모닝 판매량은 5~8월 3500여대 수준으로 늘었다가 9~10월에는 2500여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작년 매달 4000여대 이상 판매됐던 것에 비해 판매량이 급감한 것이다.

기아자동차 레이.

국내 경차시장은 2008년 이후 연간 10만대를 뛰어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2012년에는 22만대, 2013년에는 20만대가 팔리며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판매량이 꾸준히 감소해 2014년에 20만대 벽이 무너졌고, 작년에는 11만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는 10만대 판매도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경차가 매력을 잃은 이유는 우선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다양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차는 모닝, 레이, 스파크 세 모델 뿐인 반면 바로 위 차급인 소형 SUV는 신차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보다 더 비싼 준대형 SUV나 세단도 다양한 할부 프로모션으로 초기 비용 부담을 크게 낮춰주고 있는 상황이다.

쉐보레 스파크.

'경차의 고급화'가 오히려 독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열선 스티어링 휠, 버튼 시동 스마트키 등 상위 차급에서 볼 수 있었던 옵션들을 포함해 가격이 꾸준히 상승해왔다. 최근 출시된 모닝 어반의 경우 1200만~1500만원에서 시작하는데 여러 옵션을 추가하면 웬만한 소형차 가격이 나온다.

아울러 경차에 대해 그간 주어졌던 혜택들을 축소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는 점도 경차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다. 정부는 1996년부터 시행돼온 경차의 대표적인 혜택 중 하나인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혜택(50%) 축소도 검토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