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낼 방침을 밝힌데 대해 여성단체들이 강하게 비난했다. 여성단체들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여당이 후보를 내기로 한 것은 '파렴치한 정치'라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불꽃페미액션 등 3개 단체는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민주당, 공천보다 성폭력사건 조사가 먼저다!'란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말로만 개혁, 사과를 반복하며 권력만을 좇는 파렴치한 정치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 단체는 "두 시장이 위력에 의한 성폭력 가해행위로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한 것은 자칭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 여당의 수치인데, 그 수치를 모르고 후보를 공천하겠다고 나섰다"며 "스스로 세운 기준에 비춰 자성하고 이미 가진 거대 권력으로 피해자의 편에 서는 것이 합당하다"고 했다.
하루 전인 3일에는 이들이 속한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이 민주당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냈다. 공동행동은 민주당의 당헌 개정을 두고 "민주당은 내년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공천에 대한 절차적 '정당성'을 '자기 모순'을 통해 확보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민주당은 자당 인사들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책임정치'를 실천하겠다고 약속해왔다"며 "책임 있는 공당으로서 근본적 성찰과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후보 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이라는 변명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은 당 중앙위원회를 열어 박 전 시장과 오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지는 내년 4월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 위한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전(全) 당원 투표에서 찬성률 86%를 기록한 개정안을 당 중앙위원 투표에 부친 결과, 327명 중 316명이 찬성했다.
여성단체들은 박 전 시장과 오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관련 수사가 사건이 발생한 지 각각 4개월과 7개월이 지났음에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박 전 시장을 둘러싼 의혹은 크게 세 가지다. 박 전 시장의 전직 여비서 성추행 혐의와 사망 경위, 그리고 성추행 혐의를 둘러싼 서울시 관계자들의 방조 및 묵인 혐의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는 지난 7월 박 전 시장이 숨졌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고, 사망 경위 수사도 핵심 단서로 여겨졌던 휴대전화 포렌식이 중단되면서 답보 상태다.
유일하게 진행 중인 수사는 서울시 관계자들의 방조 및 묵인 혐의다. 장하연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달 언론 브리핑에서 "(박 전 시장) 주변인의 성폭력 방조·묵인에 대한 조사는 활발하게 진행했다"며 "피고소인뿐 아니라 비서실 관계자 등 필요한 사람에 대해서는 충분히 수사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결론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오 전 시장에 대한 수사도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부산지방경찰청은 지난 8월 강제추행 혐의로 오 전 시장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두 달이 넘은 지금까지도 수사는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