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노조 존중 기조'를 선언한 지 6개월여 만에 삼성전자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앞서 지난 5월 이 부회장이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날 첫 교섭은 비교적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노사 양측은 오는 17일 다시 만나 2차 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교섭에서 단체협약이 체결된다면 삼성전자 창립 51년 만에 첫 노사 협약이 된다. 다만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협약을 위한 교섭은 내년 이후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날 삼성전자와 삼성전자노동조합공동교섭단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 양측은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만나 51년 삼성전자 역사상 첫 노사 단체교섭을 진행했다. 공동교섭단은 삼성전자 내 4개 노조(삼성전자사무직노조, 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 삼성전자노조, 전국삼성전자노조)가 모여 구성한 것으로, 이 가운데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삼성전자 창립 이래 첫 양대노총 산하 노조다.
삼성전자 사측에서는 나기홍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인사팀장 부사장, 최완우 전무 등 11명이 참석했다. 노측인 공동교섭단에서는 김만재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위원장과 진윤석 전국삼성전자노조 위원장 등 교섭위원 11명이 나왔다.
교섭 상견례는 노사 양측 교섭위원들의 인사와 소개로 시작됐다. 나기홍 부사장은 모두 발언에서 "오늘 이 자리는 삼성의 새로운 노사관계, 노사문화를 만들어가는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라며 "노사 모두가 상호 이해하고 동반자로서의 중요성도 인식해가면서 상생과 협력적인 노사관계의 모델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본 교섭에 성실히 임할 것을 약속드리면서 (노사가) 서로 머리를 맞대며 발전적인 결과가 도출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은 "지난 25일 별세한 이건희 회장의 명복을 빈다"며 "글로벌 기업을 만들기 위한 고인의 유지가 이어지기 위해 앞으로 삼성이 노동조합, 노동자들과 함께 힘을 모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 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창립 51주년을 축하하며, 삼성전자의 괄목한 성장에는 노동자들의 눈물과 헌신이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초일류 100년 기업의 첫걸음은 노동자를 존중하고 노동조합활동을 인정하는 것이고, 오늘 상견례가 바로 그 역사적인 현장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 양측은 두 차례 실무 협의를 진행했다. 실무 협의에서는 교섭위원 구성과 교섭 일시, 장소, 방식, 조합 활동 보장 등 기본원칙 등에 어느 정도 접근이 이뤄졌다. 이날 상견례에서는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기본합의서에 노사 양측이 각각 서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본 합의서에서는 단체교섭과 관련한 기본 원칙과 함께 교섭위원 활동시간 보장, 단체교섭 준비를 위한 임시사무실 제공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 위원장은 상견례 이후 브리핑 자리에서 "삼성전자 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안은 노사관계가 되어야 할 것이며, 거듭 요구했듯 앞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사의 단체교섭에는 대표이사가 진정성을 가지고 교섭장에 나와서 실질적인 교섭을 위해 힘써야 할 것"이라고 했다.
노사는 차기 교섭을 2주 뒤인 오는 17일 열기로 했다. 이후 한 달에 네 번 정기 교섭과 필요 시 실무 교섭을 여는 일에도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