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수주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조선업계가 내년엔 다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 세계 조선 발주량이나 한국 수주량이 올해보다 두 배 넘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상황에서 조선업계가 자신감을 드러내는 배경은 무엇일까.

울산에 있는 현대중공업 조선소.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올해보다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내년 글로벌 선박 발주량 전망치는 300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내외로 예상됐다. 올해(1420만CGT, 예상치)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발주량(2860만CGT)보다도 많은 수치다.

우리나라 내년 선박 수주량 예상치도 1000만CGT내외로 전망됐다. 올해 우리나라 선박 수주량 예상치인 440만CGT보다 127% 증가한 규모다. 내년 수주액 역시 105% 늘어난 225억달러로 예상됐다.

조선업계는 당초 올해 시장에 대해 자신하는 분위기였다. 국제해사기구(IMO) 2020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시행된 IMO 2020은 의무적으로 선박 연료유의 황산화물 배출량을 감축하도록 하는 규제로, 이에 대한 대안으로 꼽히는 것이 액화천연가스(LNG)선이다. LNG선 시장은 우리나라가 점유율 80~90%를 유지하며 사실상 독점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터지면서 상황이 변했다. 신조선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대체 연료인 저유황유 가격이 급락했다. 이에 IMO의 환경 규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그러나 또 하나의 강력한 환경규제가 예고되면서 조선업계는 다시 한번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 9월 유럽연합(EU) 의회의 선박에 대한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가 2022년 시행 계획으로 통과됐기 때문이다. 국제해사기구(IMO)도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했다. 최근 IMO 실무그룹 인터내셔널 워킹그룹 합의안이 도출됐다고도 알려졌다.

황산화물에 이어 온실가스 배출까지 크게 강화된 환경 규제로 노후선들에 대한 교체 압력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일부 선주들은 규제시기에 맞춰 내년부터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일시적으로 저유황유 가격이 급락, 선주들이 기존 배를 그대로 써도 황산화물 배출 기준을 맞출 수 있었지만 내년에는 다시 유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이면서 LNG선으로 교체 압력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로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선주들이 환경 규제를 앞뒀어도 선박 주문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면서 "내년에는 코로나가 진정되지 않더라도 과감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했다.

황산화물과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LNG선 수주 대박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지난달 24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등 3척을 아프리카 및 유럽 소재 선사로부터 수주한 데 이어 지난 2일 4250억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선 2척을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유럽지역 선주로부터 총 2조274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6척 등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코로나 여파로 올해 수주가 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에 당장은 일감 부족으로 신음하고 있다. 선박 건조 사업은 수주부터 선박 인도까지 통상 2~3년 정도가 걸리는데, 올해 계약 물량을 받아볼 수 있는 2022년 인도물량이 지난 2018년 저점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 수주가 호전되면 자연스럽게 2023년 인도물량도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보이나 그전까지는 일감 부족 위기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이를 해소할 방안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