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사의 표명을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곧바로 사표를 반려 조치했다. 홍 부총리를 '재신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은 기재부 내부에서도 몰랐던 만큼, 갑작스러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러운 홍 부총리의 사의표명에 대해 기재부 안팎에서는 홍 부총리가 관철(貫徹)을 주장해온 '대주주 기준 3억원'을 지켜내지 못한 책임과 반대를 해온 여당에 대한 '항의성 표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대주주 3억원 기준과 관련한 국민청원에 청와대가 기존 원칙을 고수히지 않고 답변 연기라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한 것에 대한 서운함도 사의 표명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풀이된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대주주 3억원 기준안과 관련해, 2개월간 계속해서 갑론을박이 있는 상황이 전개된 것에 대해서 누군가 이렇게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싶었다"며 "제가 현행대로 가는 것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오늘 사의 표명과 함께, 오전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즉시 홍 부총리의 사의를 반려했다고 밝혔다.
◇"2017년 결정된 일" 수차례 말했지만, 결국 '백기'… "내가 책임진다"
정부가 2017년 발표한 금융과세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상장 주식에 대한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춰진다. 대주주로 분류되면 이듬해 이 주식을 팔아 이익이 났을 때 22~33%의 양도세(지방세 포함)를 내야 한다. 하지만 '큰 손'들이 양도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연말에 대규모로 물량을 내놓을 경우 증시가 하락할 수 있어, 투자자들은 대주주 기준 상향 반대와 홍 부총리에 대한 해임 청원 등을 올리며 강력 반발했다.
당초 정부의 금융과세 선진화 방안에 이견이 없었던 더불어민주당은 동학개미 운동으로 대표되는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입장이 돌변했다. 예정대로 기준이 3억원으로 낮아질 경우, 연말 주식 매도에 나서는 투자자가 많아지면서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며, 정부와 대치해 왔다.
하지만 당정청 회의에서 민주당은 시행령 자체를 2년 유예할 것으로 주장하면서 평행선을 달렸다. 결국 지난 1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원으로 유지하는 방안이 결정되면서, 기재부는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홍 부총리는 "그저께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여기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며 "여러 가지 아실 수 있는 요인과 최근 글로벌 정세 (불안과)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도 있기 때문에 이런 걸 감안해서 일단 현행처럼 10억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 일 없었던 것 처럼 '10억원으로 갑니다'라고 말하는 건 공직자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책임져야 할텐데 기재부에서 그런 의견이 시작됐기 때문에 제가 책임지는 게 맞다"며 "저는 (정치권 요구와) 상당 부분 의견을 달리하지만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당정청에서 논의했기 때문에 저는 따라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상장 주식에 대한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대주주로 분류되면 이듬해 이 주식을 팔아 이익이 났을 때 22~33%의 양도세(지방세 포함)를 내야 한다. 하지만 '큰 손'들이 양도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연말에 대규모로 물량을 내놓을 경우 증시가 하락할 수 있어, 투자자들은 대주주 기준 상향 반대와 홍 부총리에 대한 해임 청원 등을 올리며 강력 반발했다.
그동안 홍 부총리는 국정감사 등을 통해 대주주 3억원 기준의 필요성에 대해 수차례 언급해왔다. 이날 기재위에서도 홍 부총리는 "지금은 대주주 현행 요건이 10억이지만, 2018년 2월에 이미 시행령이 개정이 돼 있어 내년 3월에 3억원으로 이미 시행령이 개정됐다"며 "정부로서는 여하튼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공평 차원에서 기존에 발표한 방침대로 가야 한다고 봤다"고 재차 대주주 요건 3억원 유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文정부 정책인데… 청원 답변 연기도 '아쉬움'... 해임 청원 등도 부담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은 청와대에 대한 아쉬움도 섞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주주 기준금액 하향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놓은 정책이지만, 그동안 청와대는 여당과 기재부의 논쟁에서 한 발 비켜있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여당의 공세와 주식투자자들의 반발 여론을 기재부 혼자 감당해야만 했었다.
그러는 사이 경제 수장인 홍 부총리가 이미 정해진 시행령을 고수하는 원칙적인 자세를 지켰다는 이유로 해임 건의 국민청원이 올라오는 상황을 감수해야 했다. 이 때문에 대주주 양도세 폐지와 관련해, 청와대가 청원 답변 시한을 연기한 점은 기재부 입장에서는 서운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지난 1일 페이스북 공지를 통해 "대주주 양도소득세 폐기 청원'에 대한 답변을 연기하니 양해 부탁한다"며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 답변드리겠다"고 언급했다.
당초 청와대는 '기존 방침에 변화가 없다'면서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낮추는 기재부 입장을 지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여당의 공세가 거세지자 유보적인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기재부는 대주주 3억원 기준와 관련한 시장의 영향이 제한적이고, 이미 2017년 시행령을 통해 상향을 예고했기 때문에 강행을 해야한다는 식의 답변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당초 답변 시나리오에 답변 연기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연기를 할 경우, 정부가 대주주 3억원 기준과 관련해 재검토를 하거나 뭔가 내부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답변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했다.
또 대주주 기준안을 비롯해 자신의 부동산 문제, 해임안 등 여러 건의 국민청원이 올라온 점도 홍 부총리 입장에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2일에 올라온 대주주 양도세 폐지 청원은 21만6844명의 동의를 얻었다. '홍남기 기재부 장관 해임을 강력히 요청합니다'라는 청원은 24만8명이 동의해 청와대 답변 요건을 갖추게 됐다. 이 밖에 '전세난민'이 된 홍 부총리를 비판하는 청원도 다수 올라온 상태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대주주 3억원 기준을 지켜내지 못한 점과 후배들의 사기, 최근 본인과 관련한 여러 이슈 등과 관련해, 힘들어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주주 기준과 관련해, 당정청 협의에서 결정된 사안을 내부에 공유하지 않았다. 그때 이미 마음에 결정을 어느정도 했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