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시가격 6억원(시세 약 9억원) 미만 1주택자를 대상으로 재산세율을 3년간 0.05%포인트(p) 낮추기로 했지만, 서민 증세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산세 감면과 더불어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 조치도 진행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시가격을 단계적으로 시세의 90%까지 올릴 예정이다.
공시가격이 6억원에 가까운 주택일수록 재산세율 인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격 2억~4억원 수준의 주택도 내년에만 한시적으로 재산세가 내려가고 2022년부터는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크다.
3일 조선비즈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에 의뢰해 계산한 재산세 예상액을 보면 부산시 수영구 수영더샵센텀포레 아파트 전용면적 84.91㎡의 올해 보유세는 90만3672원이었다. 지난해 말 시세는 6억7000만원, 공시가격은 5억1000만원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76.12%였다. 재산세 과세표준(과표)은 3억600만원으로 구간에 따라 0.10%에서 0.40%까지 재산세율이 적용됐다.
정부가 재산세율을 내려줘도 주택 보유자의 내년 세금은 줄지 않는다. 오히려 늘어난다. 다만 재산세를 감면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하면 1만2000원쯤 줄어든 효과가 있기는 하다.
10월 말 시세 8억원에 공시가격 현실화율 77.12%(전년 현실화율+1% 가정)을 적용하면 내년 보유세는 98만1565원이다. 재산세율 인하에도 전년 대비 7만7893원 늘어나는 것이다. 정부의 재산세 인하 혜택이 적용되지 않았다고 가정해 계산한 보유세(99만4039원)와 비교하면 1만2000원 가량의 인하 효과는 있다.
이는 과표 구간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 재산세의 특성 때문이다. 과표가 높아질수록 세율도 높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모든 구간에 0.05% 인하하는 효과가 낮게 나타난 것이다.
물론 감면되는 사례도 있다. 다만 이것 역시 한시적 효과다. 지난해 말 시세가 3억8000만원이었던 서울시 노원구 중계 무지개 아파트 전용면적 59.26㎡의 올해 보유세는 43만3524원이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70.53%를 감안해 계산한 결과다.
이 아파트의 내년 보유세는 42만4271원으로 수준. 재산세 한시 감면 효과로 1만원 가량 줄어든다. 하지만 2022년부터는 다시 오른다. 2021년 12월 말 시세에 목표 현실화율(71.53%)를 적용하면 2022년 보유세는 46만6699원이 될 예정이다. 재산세율 인하에 따른 세액 감소 효과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결과다. 물론 공시가격 인상의 충격을 덜 받은 셈이긴 하다.
여기에 한시 재산세 인하의 혜택을 누리는 가구 수는 점차 감소할 전망이다. 최근 몇년새 집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르지 않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에 따라 공시가격 6억원 미만 주택의 수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이젠 서울 강북의 30평대 아파트만 가지고 있어도 이번 재산세율 인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 서대문구의 DMC래미안클라시스 전용 84㎡의 재산세는 올해는 81만원이었다. 내년엔 106만원으로 30% 오를 전망이다. 올해 재산세는 지난해 12월 시세인 6억5000만원에 현실화율 67.4%를 적용해 공시가 4억3800만원에 근간해 매겨졌다.
이 아파트의 지난 10월 30일 기준 시세는 9억3000만원이다. 정부의 목표치를 감안해 올해 현실화율에 3%p를 얹어 시세의 72.2%로 공시가격을 산정하면 내년 공시가격은 6억7100만원으로, 공시가격 6억원 미만 대상자라 재산세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한다. 게다가 이 아파트는 공시가격 6억원을 초과해 세부담 상한이 30%로 높아졌기 때문에, 2022년과 2023년에도 재산세가 꾸준히 큰 폭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1년새 서울 중저가 아파트의 가격은 고가 아파트보다 더 올랐다. KB부동산 리브온이 내놓은 10월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5분위 배율은 4.2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을 하위 20%(1분위)에서 상위 20%(5분위)까지 다섯 구간으로 나눴을 때 상위 20%의 평균 가격이 하위 20%의 4.2배였다는 뜻이다. 이는 2017년 5월 수치(4.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 전문위원은 "6억원 1주택자의 재산세를 한시 감면해줬지만 최근 집값 급등과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에 맞물려 재산세 인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재산세 인하보다는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의 파급 효과로 은퇴자들의 고가 아파트 보유는 앞으로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