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개그우먼 박지선(36)씨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동료 개그맨과 일반 시민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개그우먼 박지선(36) 씨.

박씨의 빈소에는 동료 연예인들이 찾아 조문하고 있다. 2일 박씨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는 박씨의 고려대 동문인 배우 박정민을 비롯해 배우 박보영, 개그맨 송은이, 개그맨 박성광 등이 찾아와 슬픔을 드러냈다.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추모의 물결이 일고 있다. 각종 소셜미디어(SNS)에서 ‘#개그우먼박지선’, ‘#멋쟁이희극인’, ‘#최고의개그맨’, ‘#사랑해지선아’ 등의 해시태그를 달며 고인에 대한 안타까움과 생전 활동을 보며 느꼈던 감상의 글을 남기는 것이다.

한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3일 "비아냥과 조롱없이 순발력과 말 맛으로 재미를 줄 수 있는 보기 드문 코미디언"이라며 "다른 사람을 높이고 자신은 기꺼이 낮추는 선하고 따뜻한 사람, 그런 그의 개그가 참 좋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고인을 추모했다.

박씨가 생전 각별했던 어머니와 나눈 소소한 생활 속 대화들의 캡처 사진들도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사람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박씨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멋쟁이 희극인 박지선’이라는 제목을 붙여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고 팬들과 활발하게 소통했었다.

故 박지선 트위터 계정 캡처

그러나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들이나 유튜버들은 고인을 모독하는 듯한 행위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고인과 친분이 있는 동료 연예인의 SNS에 고인의 죽음을 희화화하며, 동료 개그맨이 죽음의 원인을 제공한마냥 악성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박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2일, 개그맨 박성광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는 "지선언니 마음 좀 받아주지, 결혼 소식에 우울해져서 자살했나봐요", "오늘 꿈에 박지선씨가 피눈물을 흘리면서 나타날거예요" 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박성광은 박씨가 지난 2007년, KBS 연예대상 수상소감 중 "성광오빠 내 마음을 받아줘"라고 할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알려졌다.

개그우먼 박지선(36)씨 빈소가 차려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박씨 관련 방송도 논란이 됐다. 가세연은 2일 방송 썸네일(동영상 미리보기 서비스)로 박씨의 사진과 함께 ‘화장 못하는 박지선’이란 제목을 붙였다. 방송에서는 박씨가 화장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그의 생전 발언을 토대로 의료 사고와 엮어 전했다.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타인의 아픔으로 장사하는 사람들", "토악질 나온다" 등 가세연의 방송 썸네일과 제목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3일에는 "고인에 대한 예의 없는 조롱은 엄연히 따지면 범죄"라며 가세연을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비판을 의식한듯 가세연은 방송 이후 제목을 수정했다. ‘화장 못하는 박지선’이란 기존 제목에 ‘의료사고 피해자’라고 추가한 것이다. 방송 당시에도 김세의 가세연 대표가 "내용이 뭔지도 모르고 뭐하냐는 당신네들은 박지선을 위해 뭘 했느냐"라며 썸네일에 대한 비판을 반박했다.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고인을 모독하는 글들이 올라와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박성광 결혼생활 중계도 크고 결정적으로 다른 못생긴 여자 개그맨 결혼 소식이 타격이 컸을듯", "박지선 죽은 거 보고 엄마가 따라간거네", "고려대 나와서 선생이나 하지 왜 광대짓을 했느냐"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박씨는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모친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이날 박지선 아버지로부터 ‘아내와 딸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내용의 신고를 접수하고 그와 함께 박지선 자택을 방문, 박지선과 모친이 숨져 있는 것을 오후 1시 44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은 "외부침입 흔적이 없고 유서성 메모가 발견된 점으로 보아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부검 없이 박씨와 모친의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빈소는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 지하1층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5일 오전 7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