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내달초 양형기준안 최종 의결 앞두고 공청회 개최
영리목적 가중처벌 공방…"갓갓도 돈 벌 목적 없었다"vs"음란물 산업화 현실 고려해야"

아동·청소년 성(性) 착취물을 유포하는 행위가 영리 목적인지 아닌지에 따라 형량에 차등을 두는 것이 적합할까. 2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화상회의 방식으로 개최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 공청회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공방이 이어졌다.

대법원 양형위는 'n번방' '웰컴투비디오 손정우 사건' 등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만들거나 배포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무겁게 처벌하기 위해 지난 9월 양형기준안을 발표한 바 있다. 양형위는 오는 12월 7일 양형기준안을 최종 의결하기에 앞서 이날 공청회를 열고 양형기준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양형위가 지난 9월 발표한 양형기준안은 아동·청소년 성(性) 착취물 제작 상습범에 최대 29년 3월의 형량을 권고하는 등 이전보다 처벌 수위를 높였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범죄의 경우에도 기본 양형 기준이 징역 5~9년이다. 여기에 범죄 수익이 많거나, 범행 수법이 악랄할 경우, 피해자가 여럿인 경우, 상습범인 경우에는 가중처벌할 수 있게 했다.

지난 3월 25일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조주빈 및 텔레그램 성착취자의 강력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양형 기준은 법관이 형을 정할 때 참고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반드시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법관이 양형 기준에서 벗어나는 판결을 할 때는 판결문에 그 이유를 기재해야 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기준을 무시하기 힘들다.

이날 공청회에서 가장 논란이 된 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영리목적으로 반포하는 행위와 비영리목적으로 반포하는 행위에 대해 형량 기준을 다르게 적용한 부분이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영리 목적으로 배포하는 것과 영리 목적이 아닌 배포에 전혀 차이가 없다며 둘 사이에 형량 기준이 다른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갓갓(n번방 최초개설자)도 영리 목적으로 (영상을) 배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윤정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리 목적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헤비(heavy) 업로더나 음란물로 일컬어지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사이트, 디지털장의사 업체까지 유착관계를 가고 음성적 산업화된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며 "다른 범죄에서의 영리목적에 비해 디지털성범죄의 영리목적 제작 배포는 심각하게 더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형위에 참가하고 있는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영리 목적이든 아니든 차이가 없지만, 형을 양정하는 단계에서는 피고인의 행위자적 요소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차이를 둬야 한다"고 답했다.

성착취물을 제거하는 디지털 장의사 업체들이 사실상 디지털 성범죄와 유착관계라는 지적도 나왔다. 양형기준안은 유포된 성착취물을 가해자가 자발적으로 회수하려고 노력한 경우 감경 요인으로 보고 있다. 공청회 참석자들은 이 부분이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꼼수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서 대표는 "유포된 촬영물을 회수하는 경우 감경사유로 반영하면 가해자가 계약서 한 장으로 감형을 받을 수 있게 되고, 디지털 성폭력으로 돈을 버는 산업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일반 방청객도 "불법 영상물이 한 번 배포되면 10년이 지난 뒤에도 고전 명작이라는 이름으로 공유된다"며 "배포된 영상물이 완벽하게 삭제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이해한다면 피해자의 영구적 불안함을 이해하고 이를 고려해 양형기준안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완벽한 삭제가 어렵다는 걸 이해하지만,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해서 양형인자에서 제외하거나 회복 노력을 참작 사유로 하지 않으면 피해자 차원에서 그나마 가능한 회복도 불가능하다는 염려가 있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이날 공청회에서는 양형위가 만든 양형기준안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김한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의 형량 기준 하한이 2년 6월로 13세 이상 청소년 강간(3년)보다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성착취물 제작의 죄질이 청소년 강간에 비교해 더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며 "감경 영역의 하한을 상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진희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는 '촬영물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없는 경우'를 형량 감경 사유로 본 것을 문제 삼았다. 신 변호사는 "가슴이나 치마 속 등 신체 부위만 촬영된 사진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을 뿐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