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사장)가 오는 4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주재한다. 이 대표는 10조3000억원에 달하는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 인수합병(M&A) 주역이다. '국내 최대 M&A'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만큼, 대표가 컨퍼런스콜에 등장해 시장과 적극 소통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2일 증권가에 따르면, 최근 SK하이닉스는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들에게 "이 대표가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인텔 낸드 부문 인수에 관해 주주·투자자에게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0월 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3회 반도체의 날 기념식'을 찾아 인텔 낸드사업부문 인수에 관해 설명하는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이 사장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인텔에 재직한 '인텔맨' 출신이다. 이번 M&A에도 인텔 출신인 이 사장의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주주·투자자가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인텔 낸드 부문 인수에 관해 설명할 수 있는 별도 세션을 마련했다"며 "이 세션을 이 대표가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 컨콜에 CEO 등장, 2011년 이후 처음… 이석희 'M&A 전도사'로 나선다

SK하이닉스 컨콜에 최고경영자(CEO)가 등장하는 것은 2011년 권오철 사장 이후 처음이다. 2011년은 하이닉스반도체가 SK그룹에 인수되기 전으로, 2012년 3월 SK하이닉스로 이름을 바꾼 후론 분기 실적 발표 컨콜에 CEO가 참석한 적이 없다.

해외에선 CEO가 컨퍼런스콜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텔·AMD·마이크론·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은 모두 CEO가 매 분기 컨퍼런스콜에 등장한다. 경영 성과에 책임을 지고, 주주와 적극 소통하기 위함이다. 국내 풍토는 다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주요 상장 기업들 컨콜은 CEO 대신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이끈다. 지난달 27일 삼성SDS 컨콜에 홍원표 사장이 등장하자 '이례적'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였다.

이 대표의 최근 행보는 SK하이닉스가 이번 M&A에 둔 무게감을 보여준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2회 반도체의날 기념식'이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나 이번 M&A에 관해 적극 설명했다. 그는 "10조3000억원이라는 인수 금액이 비싸다 생각하지 않는다"며 "단순한 공정·공장이 아닌 인텔의 낸드플래시 '솔루션'이라는 무형자산의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다롄에 있는 인텔의 생산시설.

이어 시장 관심이 쏠리는 컨퍼런스콜에 대표가 직접 나서 M&A에 달린 물음표를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인텔 낸드 부문 인수 금액이 워낙 크고, 시장 반응이 엇갈리다보니 대표가 직접 소통에 나서는 모습"이라고 했다.

◇ "시너지 기대 vs 10조 비싸다" 격론… '적극 소통'으로 부정론 잠 재우나

실제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부문 인수에 대한 평가는 갈리고 있다. 긍정론은 SK하이닉스와 인텔이 낼 수 있는 시너지에 초점을 맞춘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낸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31.4)%, 키옥시아(17.2%), 웨스턴디지털(15.5%), SK하이닉스(11.7%) 순이다. 마이크론과 인텔이 11.5%로 뒤를 잇는다. SK하이닉스와 인텔이 합병하면 점유율은 23.2%로, 업계 2위가 된다.

SK하이닉스는 모바일용 낸드 단품이 주력이다. 인텔은 서버용 eSSD 기술을 갖추고 있다.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조합이다. 이 사장은 반도체의날 기념식에서 "인텔 솔루션을 인수하면 낸드플래시와 관련한 모든 포트폴리오를 갖출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부정론의 근거는 비싼 가격과 인수 대상인 다롄 공장의 낡은 설비다. 10조3000억원은 올해 SK하이닉스 연간 설비투자금과 비슷하다. 삼성증권은 "인텔의 자산이 노후화됐고 향후 기술전환에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 부담 되는 금액"이라고 했다. 유안타증권은 "이익 창출 측면에서는 불확실성이 있고, 인수 대금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명운을 건 M&A인 만큼, 이 대표가 전면에 나서 일부 부정적 인식을 걷어내려는 모습"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