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견해 배제해달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30일 첫 회의를 열고 활동을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 연내 출범을 목표로 늦어도 11월 중 후보 추천 절차를 마무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인사를 공수처장에 추천하지 않는다면 동의할 수 없다고 맞서고 딨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경준·이헌·임정혁 변호사를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으로 위촉했다.
박 의장은 이 자리에서 "공명지조(共命之鳥·목숨을 공유하는 새)라는 말이 있다. 한 마리의 새에 머리가 두 개인데 서로 다투면 그때는 죽어버린다는 뜻"이라며 "여기 계신 추천위원들께서 정치적 견해를 배제하고 법의 정신과 국민의 여망에 부응할 수 있는 분을 추천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위촉식 후에는 첫 회의를 열고 위원장 선출과 함께 후보 추천 방식과 일정 등 세부사항을 논의했다. 정치권 안팎에서 공수처장으로 이광범 엘케이비앤파트너스(LKB) 대표변호사, 이용구 전 법무부 법무실장이 거론된다. 이 밖에 여권과 가까운 인사로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도 언급된다. 다만 민주당은 공수처장 후보와 관련해 함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후보 추천까지는 상당한 진통을 예상했다. 민주당은 공수처 연내 출범을 위해 11월까지는 공수처장 후보 선임을 마쳐야 한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성역 없는 수사와 권력기관 개혁이란 국민의 여망이 담긴 공수처의 출범 지연을 이제 끝내주기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KBS라디오에 나와 "늦어도 무조건 11월까지는 (공수처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다 마치고 공수처장 임명과 관련해서는 모든 절차를 끝내야 된다"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당은 '야당이 반대하는 사람은 공수처장이 될 수 없다'고 해 왔는데, 이제는 거부권을 행사하면 빼앗겠다고 한다"며 "이런 안하무인 폭거가 어디에 있나"라고 했다.
당 비대위원을 맡고 있는 성일종 의원은 KBS라디오에 나와 "공수처가 갖고 있는 여러 독소조항들, (공수처가) 비대해진 권력을 집권세력의 비리를 덮기 위한 기구로 쓰여서는 안 되기 때문에 공수처장을 중립적이고 독립성을 지켜낼 수 있는 인물로 추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당이 추천만 하면 야당이 무조건 거수기 노릇을 (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최근 민주당은 '야당 추천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민주당은 지난달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후보 추천위 구성을 '여야 각각 2명씩'에서 '국회 추천 4명'으로 바꾸고, 추천위 의결 정족수를 현행 6명에서 5명으로 낮추는 게 골자다. 사실상 야당 견제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추천위는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최종 후보 2명을 추천할 수 있다. 민주당은 작년 말 공수처법을 강행 처리하면서 "야당 몫 추천위원 2명이 반대하면 후보 추천이 불가능하다"며 야당의 비토권을 보장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