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매각 절차가 시작된 지 한달여만에 예비입찰을 거쳐 적격 인수후보(숏리스트) 6곳이 선정됐다. 일단 흥행몰이에 성공하면서 1조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두산중공업 보유 두산인프라코어 지분(36.07%) 매각 가격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최대 부담액이 1조원에 달하는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소송이 막판까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두산중공업과 인수후보들은 본입찰 과정에서 DICC 해법을 논의할 계획인데, 양측의 눈높이 차이가 커 쉽게 타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매각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9일 두산그룹 등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실사와 함께 다음주부터 숏리스트 대상 설명회를 진행한다. 이후 이르면 11월 안에 본입찰을 할 계획이다. 일정대로라면 연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가능하다.
앞서 두산그룹은 현대중공업·KDB인베스트먼트, GS건설·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MBK파트너스, 유진기업, 글랜우드PE, 이스트브릿지 등 6개 컨소시엄을 숏리스트로 선정했다.
일단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 GS건설, MBK파트너스 등의 3파전일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 현대건설기계와 합병하면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점유율을 키울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양사가 합병할 경우 건설기계 점유율이 과반을 넘어 공정거래위원회 승인을 얻을 수 있을지가 변수이지만, 기업 경쟁력은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GS건설(006360)역시 인수를 통해 주택과 플랜트 사업에 쏠린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고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MBK파트너스는 현대중공업이나 GS건설과 달리 건설기계 기업이 아니라 인력 중첩에 따른 구조조정 가능성이 없다는 점과 자금력이 충분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인수자 측의 의지가 확실하고 자금력도 있기 때문에 당장은 흥행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그러나 난관은 DICC 소송이다. 소송 결과에 따라 지연 이자 등을 고려해 8000억원이 넘는 우발 채무를 부담해야 할 수 있다. 인수 협상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이유다. 일각에선 두산그룹이 우발 채무를 모두 떠안기로 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본입찰 전 단계에서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 두산의 공식 입장이다.
두산인프라코어와 DICC의 재무적 투자자(FI)인 IMM·미래에셋자산운용·하나금융투자프라이빗에쿼티(PE) 사이의 '주식 매매대금 지급' 소송의 시작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산그룹은 2011년 DICC의 지분 20%를 FI에 매각했다. 3년 내 기업공개(IPO)가 안 되면 FI가 대주주와 같은 가격에 지분을 팔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Drag along)도 약정했다.
이후 중국 건설 경기 악화 등의 영향으로 IPO는 무산됐다. 이어 FI들의 요구에 DICC 공개 매각도 추진했지만 불발됐다. FI 측은 두산인프라코어의 비협조로 매각이 무산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매각 과정에서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실사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2017년 1월 두산인프라코어의 손을 들어줬다. 매수 희망자들의 진정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2심에서 판단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2018년 2월 매각 절차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고 보고, FI의 일부 승소를 선고했다.
대법원 심리는 3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상고심 결과 두산인프라코어의 패소가 확정되면 DICC 지분 20%를 되사와야 한다. 2심 재판부가 인정한 주식매매대금은 약 7100억원이다. 2심 선고 이후 지연 이자율 15%를 고려하면 8000억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승소하더라도 FI측 드래그얼롱은 그대로 남기 때문에 또다른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대법원 선고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선고가 언제 이뤄질지 확정된 바 없다"고 했다. 다만 심리 기간이 길어졌고 대법원 재판부가 이달 들어 원고와 피고 측에 종합 답변서를 받는 등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는 예상이 나온다. 시장에선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선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향후 인수 협상 과정과 대법원 선고가 맞물리면 DICC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며 "분명히 소송건이 언급될텐데, 두산그룹이 리스크를 해소할 뚜렷한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어서 예상이 쉽지 않다"고 했다.